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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 하나뿐인 내 친구
헬게 토르분 글,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종이 상자를 긁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져요.
침대에 누워 있던 타이라는 막 내리쬐기 시작한 아침 햇살에
고양이 발걸음 소리가 엉겨드는 것을 느꼈어요. (책속 내용중에서)
따스한 햇빛에 배를 깔고 누워서 우아한 포즈로 누워있는 고양이 녀석을 바라보는게 즐겁다. 그녀석도 시선을 느꼈는지 힐끔 쳐다본다. 역시 평상에 누워서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녀석은 걸핏하면 집을 나가는데 버릇을 고치겠다며 굳게 다짐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아침에 나갔다 빼먹지 않고 집에 들어오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애교쟁이에 제멋대로에 삐치면 또 나가버린다.
타이라는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빠가 허락해주지 않을까봐 가슴이 두근 거린다. 엄마는 타이라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다행히 아버지는 흔쾌히 좋다고 허락해주었다. 타이라는 귀여운 고양이 비발디와 함께라서 좋았다. 비발디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주었다. 비발디도 타이라가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딘가로 맡겨졌을 텐데. 그다지 사랑이 충만한 곳은 아니다. 그곳엔 많은 고양이들과 그외에 많은 동물들이 있을테니까. 타이라는 방학동안 비발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방학이 시작되면 시간은 후다닥 달음박질을 치듯이 개학이 다가오고 만다. 방학은 너무나도 짧았다. 거기에 밀린 숙제까지 청산하려면 100m터를 5초에 뛴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절대 그렇게 뛸 순 없을테지.
타이라는 배가 살살 아파온다. 학교에 가기가 무섭다. 아이들은 슬슬 타이라를 피한다. 곁에가면 재빠르게 피해버리고 옷걸이에 타이라의 옷만 혼자 덩그러니 걸려있다. 타이라는 모른 척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의 시선은 아이의 등에 못박혀 있었다. '그만 좀 쳐다봐'라고 소리지르고 싶다. 그럴때면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할까. 아이들은 왜 그러는걸까. 그러고 보면 우리때는 괜찮았는데 그렇게 대놓고 왕따를 시키거나 못살게 굴지 않았는데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하는 할머니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가해자 역할에 충실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때 '이'가 들불처럼 번진적이 있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가 어떤 아이때문에 옮겼다고 해서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확실한 증자도 없이 말이다. 다행히 멋진 친구가 왕따를 당했던 친구를 지켜주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말 하지마"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 친구지만 멋졌고 다행이였다.
타이라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은 음악도 있었다. 운동장에서 비발디의 냄새를 맡아 하마터면 울뻔했던 마음을 달랠수 있었다. '대놓고 축구공을 던진 것이냐?' 진짜 이럴때면 날아가서 무슨짓을 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럴순 없다. 타이라가 용기를 내서 손을 올려 답을 말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아이를 보지 못한다. 그런 선생님이 밉다. 못보셨을 테고 아이들도 넘 많았으니까. 타이라가 더 움츠러든다. 아이들의 눈동자가 허공에 마구 떠다닌다. 타이라를 자꾸만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것 같다. 타이라는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더 아파한다. 그런 타이라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눈이 들썩 거린다. 사랑받고 즐겁게 웃으며 살아야 할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타이라는 혼자서 운다. 작은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을 봐야 한다니, 그런거 싫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타이라와 비발디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 비발디가 타이라에게 와줘서 다행이다. 어쩌면 작고 약한 고양이가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타이라는 집에서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지저귀는 새 못지 않게 조잘거리면서 이야기할때인데.
타이라는 상담을 받게 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타이라의 이야기를 기다려준다. 타이라는 "비발디"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사진은 비발디 하나뿐인 내 친구/ 헬게 토르분 글,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손화수 옮김/어린이 작가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