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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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부터 이책을 읽다가 놓다가 그러다가 이제야 읽었다. 그때는 중학교 영어교사로 등장하는 구샤미라는 사람이 어이가 없다가,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서, 어쩌면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라서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나 보다. 웃겨서 배꼽 빠질것만 같은 책을 몇장 읽다가 말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 실감이 났다. 이 책의 저자는 <시튼 탐정 동물기>를 썼고 그 책을 읽으며 괜찮다 싶었는데 이 책이 같은 저자가 쓴 줄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나 역시 이렇다. 자기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 누구냐고 묻는 구샤미 선생이나 나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것이 약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제야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게 큰 발전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실거리며 웃게 만드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 구샤미라는 인물은 동문서답이 주고 자기 멋대로인데다가 가끔은 펄쩍 뛰게 놀랄정도로 멀쩡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도 그렇다면 그렇다. 입을 조금만 연다면 사람들은 나를 몰라볼정도로 좋게 봐준다. 고마운일일까? 하여튼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아마도 구샤미네 서생으로 들어간 소년처럼 펄쩍펄쩍 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일본 메이지 시대 지식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세상을 달관한 척하며 살아가고 정신적인 자유를 중시한다. (7쪽) 영어만 빼고 다 좋아하는 영어 선생 구샤미나 그의 친구 미학자 메이테이나 '목을 메어 자살하는 역학'이라는 강의를 하는 간게쓰씨는 어느 시대든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매력이 살아있는 인물들이다. 어느 시대에나 요런 사람들이 있고 깊이 생각지는 않지만 다른이의 생각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어떤 이야기속에서는 진정으로 구샤미 선생이 그 말뜻을 알아 들었는지, 아리송송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과대평가이지 않았을까 싶다. 구샤미 선생의 부인 역시 남편 못지 않게 빼어난 인물됨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전쟁시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정신인게 더 이상한게 아닐까 싶다. 삶 아니면 죽음 이라는 생활속에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세사람이 펼치는 세상살이는 코가 큰 부인을 보고 대놓고 웃어서 일을 크게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간게쓰는 처음에 대단히 그나마 멀쩡한 사람인 줄 알았다.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나 역시도 음 개구리 눈알과 자외선이 무슨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고 왠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구슬만 깎고 있다는 간게쓰를 정상으로 평가했다는 것 자체에 나 역시도 평범을 넘어선 듯 하다.

 

이 책속의 재미는 세사람, 특히 구샤미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과 서생으로 들어온 화자가 매우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속에 숨겨진 추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그렇게 튈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며 구샤미라는 인물이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속의 인물이라서 마냥 좋아라며 웃을 수 있었다.

 

어느날은 구샤미 선생네 집에 도둑이 든다. 도둑이 훔쳐간 것은 매우 소소해서 도둑이 들어온 목적이 무엇이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사모님이 머리맡에 참마를 두고 잤는데 그것을 도둑이 훔쳐갔다고 한다.

"머리맡에……참마를?"

참마는 물론이고 머리맡에 단무지를 놓고 잔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138쪽) 이 말에 한참을 웃고 말았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전쟁통이라면 충분히 그런 면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나중에 그 사건의 전모를 서생이 파헤치는데 참으로 무서운 일이였다. 정말 전쟁중에는 사람의 머리가 어떻게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대놓고 사람을 무안하게 하고 화가 나게 했다고 해도 그렇지 참마안에 다이너마이트를 넣어서 선물할 줄이야.

 

위장이 좋지 않아 신경질적이라는 구샤미 선생은 서생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찌 살아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하, 그렇다면 약을 먹는 것보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좋겠군요."

"운동을 하면 또 신경질이 납니다."

"곤란하군요." (266쪽)

자신의 신경질이 정신병이라는 것을 깨닫았는지 구샤미 선생은 의사선생에게 물어본다. 정신병에 좋은 약은 없냐고? 그러자 의사선생이 위의 말을 한다. 하기사 나도 운동을 하면 신경질이 난다.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세사람이 대놓고 구샤미네 부인을 서양식 명언으로 욕하다가 부인이 옆방에 있던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사모님의 재치있는 한마디 "전 집에 없습니다." 이말에 또 웃음이~ 자꾸만 웃음이 나서 이 책을 들고서 계속 실실거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물독에 빠진 고양이가 거의 죽을뻔 했는데 구샤미 선생이 귓가에 뭐라고 소곤거리자 바로 눈을 떴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라고 한 것일까? 책장을 덮으면서도 깜짝 놀랄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며운 구샤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한걸까? 이것만 궁금해 하는 나도 만만치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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