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린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선계단의 앨리스를 통해서 저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책에 이끌려서 이책도 보고 싶어졌는데 받아 보기까지 며칠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책을 보기도 전에 맥 빠지게 만들다니. "나 살해당했어. 조금 더 살고 싶었는데……." 라는 책 띠지의 내용을 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보이는 내용인가 싶기도 했다. 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엔 눈물이 많아 진 것 같다. 걸핏하면 눈물이 나올때가 있는데 건조증이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주책맞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 상황을 좀 더 이해하는 방향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안도 마이코의 소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나'는 안도의 친구 나오코의 아버지다. 이야기속에서는 '나'는 여러사람을 대변하고 있지만 자신의 딸이 아니라서 다행인 누군가의 아버지였기도 했을 테고 하필이면 내가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누군가의 상처받은 영혼이었을 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 마이코는 사고로 죽은게 아니였다. 타살이였다. 꽃다운 나이에 유난히 이뻐서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돌이였던 아이의 죽음, 그것은 아이들에겐 세상의 배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불안 불안하게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선 그런 불안함이 엿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버릴까봐서, 한참 좋을 나이라는 어른들의 생각과 다르다. 어른이 되기전에 그런 과정을 겪었겠지만, 시간이 흘러버리면 과거는 흐릿해져버리고 그런 감정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알바 없다는 식이 되어버린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은 "우린 그때 그러지 않았어." 라는 말과 "너희는 어째 그러냐." 라는 식의 빈정거림이 들려온다. 웃긴건 그때의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의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고 있다는 아이러니라고 할까.

 

그래 세상은 요지경이다. 돌고 돌아서 지금까지 오기까지 도니라고 얼마나 어지럽겠냐구.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상황에 포함되는 말인듯 하다. 삐딱하고 왜 저러고 다니나 싶어서 걱정스럽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의 부모님도 걱정 많이 했다는 것은 잊어 버리는게 바로 사람의 기억력이나 웃기는 짬뽕같은 이야기란걸.

 

이야기속에는 안도의 죽음을 둘러싼 여고생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만 그안에서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에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안도가 죽은것은 무차별적인 살인이 아니라 다른 의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양호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진도 선생님은 아이들의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진도 선생의 말처럼 여기서 한대만 피워라가 낫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tv에서 때아니게 담배 피우는 모습에 모자이크 처리 하는 건 정말 우습다.

 

오만하기 짝이 없었던 아이는 아마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요즘엔 이혼이 아무리 흔하다고 해도 아이들에겐 늘 상처를 안겨줄 뿐이다.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쉽게 깨지고 상처받기 쉬운 나이니까.

 

하지만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어쩌면 죽음에 책임이 전혀 없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 걸 천진난만하게 믿는 사람은 어지간한 낙천가 아니면 엄청난 바보입니다.  생략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혹시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행복해지실 수 있을 것 같나요? 대답이 예스이길 바랍니다. 부디, 부디, 부디……. (219-220쪽) 안도가 죽기전에 유리에에게 쓴 편지이다. 유리에는 안도의 선배이고 과거의 일로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에 힘들어 하고 있다. 안도는 자신과 닮아있는 유리에에게, 아마도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꺼다. 지금 일어나는 것은 자신때문이 아니란 걸.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꺼라는 것을.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갔더라면 좋았을 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 요렇게 멋진 말이 있잖아. 이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이 폭발했다. 주책이다. 진도 선생의 상처로 인해서 다리가 여전히 낫고 있지 않듯이. 마음의 병이 몸에 달싹 붙어서 옴싹달싹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진짜 몸이 아픈 것일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그일이 자신때문이라는 책망은 날려버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범인이 누군가에 대해서 긴박한 움직임때문에, 무엇때문에 그런것인지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는 미묘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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