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탐식가들
김정호 지음 / 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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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도 별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에 명품의 열풍처럼, 양반들도 왕희지(조선 사대부들의 로망이었다 37쪽)가 먹었다는 이유로 우심적을 좋아했다라. 우심적 먹으면 나도 왕희지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말에 잠깐 콧웃음이 나왔다. 우심적은 소의 염통을 얇게 저며서 양념간장으로 간을 하여 구운 음식이다.(38쪽) 소를 잡고 그 다음엔 개를 잡았다. 소도 없어서 못 먹고 양반들이 탐한 음식이 소개되어 있다. 정말이지 양반들의 음식에 대한 탐식이 적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매우 재미있다. 저자의 실랄한 표현도 적절하게 가미 되어 있었다. 사람 사는게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법이 크게 발달하여 상세히 적어서 후손들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개를 먹어서 야만인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릴 판단한단 말인가. 예로 부터 식용용 개는 따로 있었다. 키우는 개는 잡아먹지 않았다. 무슨 우리가 큰 죄라도 진것처럼 말이다. 그런식으로 칼을 휘두르는 건 참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식용용개를 양반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개를 잡아 먹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두부는 귀한 음식이였다고 한다. 두부를 받고 답례로 시를 써서 보냈다고 한다. 지금도 두부는 먹기 힘든 음식이다. 참 두부라고 하면 좀 웃기긴 하지만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먹기가 꽤나 손이 많이 간다. 만드는 방법도 만만치 않지만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콩을 미세하게 갈아야 겠지만 믹서기에 갈면 안된다. 맷돌에 갈아야한다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그만큼 맛이 좋다.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물을 좋아하지만 여간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오죽하면 '시어머니 보다 무서운게 나물 다듬기' 라는 말도 있겠는가. 한 보따리를 사와도 다듬고 손질하고 데치면 얼마되지 않는다. 과정은 길지만 반찬으로 상에 떡하니 올라올때는 정말 별것이 없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감수할 만큼 맛이 좋다.

 

순챗국과 농어회 사대부들이 동경했던 귀거래의 아이콘(152쪽) 이라고 한다. 저자는 재치가 넘쳐서 더욱 재미있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현대와 접목하려는 부분이 있어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양반네처럼 '에헴' 하면서 책을 쓰셨더라면 아마도 수면제로 쓰였을 책일터이다. 탐식가로 등장하는 인물의 적절한 역사적인 지식과 그들의 열망과 대략적인 성향도 알아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시가 절로 나올 정도의 음식을 맛보아서 시가 술술 나오는게 아닌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나도 시를 읊조릴지도 모른다.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것일까? 음식은 배고파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맛있으니까, 먹기위해서 사는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 먹고 싶어서 살면 안되나. 된다 돼. 정성이 담긴 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어머니께서 지어주시는 정성스러운 밥은 그것만으로 감동인가.(엄마 미안, 사실 그냥그럴때가 많았다는) 싶기도 하지만 과거와 현재는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할아버지댁에 갈때면 시골 어귀에서 바라보면 굴뚝에서 맛있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게 보인다. 시골에서는 가마솥에 밥을 짓던 시절이였다. 불때는 냄새와 맛있는 밥냄새가 무지 좋았다. 그 밥맛은 잊지 못한다. 지금은 생활이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누가 밥상을 채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밥맛이 참 그립다. 시골로 이사 가면 가마솥을 걸고 싶다. 아마도 한번 불때고 매워서 도망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장작도 참하게 잘 팰 것 같은 체형이다. 그런 체형이 따론 없겠지.

 

맛집을 특별히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다만 가본 음식점 중에서 괜찮은 곳이 별로 없다. 간곳은 거의 지우고 온다. 괜찮았던 곳도 몇번 가다보면 맛이 변한다. 맛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사람의 입맛은 변한맛을 금방 안다. 음식만큼은 정직해야 하지 않을까. 이래서 내가 음식장사만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속여가면서 장사 할 수 없고 양심대로 하자니 여간 적자가 아닐터다. (그만큼 손맛이 좋은것도 아니면서 좀 어이없다) 좋은 요리 맛보면 저절로 노래 가락이 나오고 몸이 절로 움직인다. 그런 요리를 맛보고 싶기도 하지만 만들어 보고도 싶다.  

 

<예스24 리뷰어 클럽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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