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미동 사람들 1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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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아빠 이야기로부터 시작이다. 전세계약을 했지만 보름만에 집이 팔려서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난다. 그때는 집주인이 나가라면 나가고 오라면 오고 그랬어야 했으니 집없는 서러움은 말할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살던 집에 다른 것을 짓는다며 우리집도 뜯겼다. 보상금 그런게 어디 있겠는가. 가라고 하면 가는거지. 아버지는 목조를 가져다가 집을 지으셨다고 한다. 엄마도 벽돌을 날으셨다고 한다. 천막에서 살고 일해서 번돈으로 그때그때 집을 완성하셨다고 한다. 사람이 세상이 두동강나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던 시절엔 별 수 없다 힘들고 배고파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최선이였다. 그렇게 원미동 사람들도 살아간다. 내가 죽어야지 하는 멜로디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 들어오시는 할머니 차지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며 눈물바람이시다. 도대체 왜 그러신건지 모르겠지만 술이란 건 원래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모양이다.

 

은혜 아빠는 부인이 그토록 소원하던 우리집을 장만하지만 산넘어 산이다. 있는 돈 모조리 털고 대출 받아서 산 집이건만 이사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사고를 친다. 내집을 사도 마음이 편치않다. 부인이 행복해하니까 그걸로 괜찮다고 위안을 삼는다. 집을 고칠때 너무 많은 수리비를 달라고 하지 않을까 신경전을 벌였지만 그게 참 면목없게 되어 버렸다. 집을 고쳐 준 사람도 산전수전 공수전을 겪은 아저씨였다. 일하고 상대방 뒷목잡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 그 아저씨의 사연도 만만치 않았다. 남의 돈 떼먹고 지는 좋은집에 살면서 큰소리 치는 사람들 사는게 편한지 궁금하다. 편하니까 남의 돈 떼어먹고도 그러겠지. 집장만에 목을 매는지,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럴수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원미동 사람들이 만화로 다시 태어났다. 1980년대에 태어났던 나에게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보는게 정겹기도 하면서 안쓰럽고 눈물난다. 나쁜 사람은 없다고 세상 사는게 얼마나 고달펐으면 그랬겠냐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좋은게 좋은건 아니다.

 

회사에서 잘린 진만아빠는 물건을 파는 외판원이 되었다. 어떻게서든지 이 직장에서 버티기 위해서 용쓰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말문을 열지 못한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다가 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 삼키기만 한다. 공원에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려고 하다가 머쓱해서 고개를 돌리다 목뼈가 삐끗하고 만다. 소심해 보이고 목이 삐끗해서 뜨악하는 진만아빠의 표정에 웃음이 나면서도 안타깝다.  집에는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고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해 외상값이 줄줄이 달렸다. 아이가 자꾸만 슈퍼맨 연습을 해서 팔이 부러져도 돈이 없어서  눈물짓던 진만씨 부인의 모습이 애처롭다. 첫 고객으로 진만아빠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신 기사분이 물건을 하나 팔아주신다. 그 기사분의 사연도 참으로 길고도 길었다. 어디 사연없는 사람 없다더니 그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데 먹고 사는일이 무척이나 고되다.

 

땅 부자 노인 강만성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개발로 인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그 땅 판 돈으로 밑빠진 자식독에 쏟아 부었다. 그래도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나머지 땅도 팔아서 사업비로 더 주었으면 하나 보다. 쉽게 번돈은 쉽게 나간다고 강만성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자식한테 큰돈을 주는게 좋은 것 같지 않다. 현실속 누군가의 이야기를 할머니나 어머니의 입을 통해서 들어온 바 강만성 할아버지와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부모 마음 자식이 몰라준다더니 서글픈 일이다. 좋은 부모 만나기도 좋은 자식 만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전에는 밭에 오물로 거름을 하곤했는데 그 방식 그대로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난리다. 땅 팔아서 돈 좀 거머쥐어 보려고 하는데 할아버지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니 신경질 나나 보다. 차라리 화학비료를 쓰라고 한다. 오물냄새 정말 심하다. 내가 그 빌라에 사는 주민이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다. 그전에 그곳이 다 논과 밭이였을때는 상관없었겠지만 이젠 세상이 변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할아버지 말씀처럼 땅에다 화학비료 뿌리면 냄새는 안나겠지만 땅이 썩고 결국엔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모른다. 눈 앞의 것만 본다. 나 역시도 아빠랑 밭에 다닐때 오물을 자전거 뒤에 싣고 갈때 냄새때문에 정말 싫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편함과 냄새때문에 소중한 땅을 자손들에게 남겨줄 수가 없게 되었다. 나 역시도 반성 많이 해야겠다.

 

 

 

<교보 북씨앗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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