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건축 진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집은 아련한 추억이 담겨져 있다. 앨범을 펼쳐서 사진을 보는 것처럼.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집 짓는 일이, 재미없는 것이 아닌 공간속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스케치.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는 그림은 언제나 '후지게' 마련입니다. 그냥 그리는 그림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59쪽) 독고진 버전으로 하자면 '그런 그림은 드럽게 후져'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 그림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만 그려지기 때문이다. 혹은 맞지 않기 위해서. 다른 이유도 있겠지.

산을 가리고 높이 올라가는 아파트를 보면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아무런 느낌도,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될지도 모르겠다. 여덟살때 아버지와 함께 전주에 갔다. 그때 처음으로 아파트에 가보았다. 처음 본 인상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밖에서 놀다가 나 혼자 남겨져서 집을 찾지 못해서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 집 대문이 그 집 대문이고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집집마다 딱딱하고 무거운 회색빛이 도는 대문이 어찌나 똑같던지, 기겁했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게 다 똑같은 것은 무서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리에서, 발길이 닿은 곳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격이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위와 어울리는 품위가 있습니다. 산천재는 그런 집이고 지리산은 그런 산입니다.(145쪽) 직접 그린 그림이 좋은 이유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느낌이 없다는 것은 왠지 죽어 있는 느낌이다.

병산서원에서 우리가 수용해야 하는 것은 지형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나 규범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인 구성을 위해 조금씩 변형을 가하는 자유로웠던 그 당시 건축가들의 사고이지, 시끄럽고 더러운 바깥과는 단절하고 혼자 만대로 혹은 입교당 마루에 앉아 사람과 자연을 내려다보면서 군림하는 자세는 아닐 것입니다. (154쪽)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전문가적인 지식에 의지해서 마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모른다면 배워서 알아나가야 하지 않을지. 자연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땅위에 지어지는 건축은 그런 흐름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으로 짓는 것이 아닌, 사람도 자연도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지어졌으면 좋겠다.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