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이 책을 읽기전에 나름 기대를 했었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저자의 책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글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책 내용을 책 제목으로 따라하자면 <책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였다. 1001초 살인 사건 이후 두번째로 실망스러웠다. 공포를 나열한다고 해서 무서운 것일까? 갑작스럽게 귀를 훅 던진다고 해서 무서운 것인가? 지하실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고? 아이가 중요 부위만 잘린체 정말 먹음직스럽운 피클로 만들어 지고 있다고.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것을 공포라 불린다면 난 정말 더 공포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도 있다. 저자가 글로 표현했던 공포란 이런 것이 아니였다. 유치하게도 그 공포를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공포란 것이 귀신이 엽기 발라드 댄스를 추면서 tv속으로 빠져 나오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보여주었던 공포도 그런 시시한 느낌의 공포가 아니였다. 우리가 혼자서 집을 지킬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만으로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구지 무언가가 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공포를 자주 느낀다. 어두운 밤 학교 건물만 떠올려도 난 공포스러우니까. 어둠이 주는 공포는 매우 다양하다.

이 집은 사연이 많은 집이였다. 싸게 매물로만 나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다 쓰러지게 생긴 이 근처의 집도 이 집보다 시세가 2-3배라는데 요렇게 멀쩡한 집이 싸게 나왔다면 뻔하지 않은가?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이야기일것이다. 그리고 그 죽어나간 영혼들이 이 집에서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이야기. 억울하게 죽어서 집에 들러 붙을 수도 있고 영혼은 벌써 나갔는데 그 기묘한 분위기가 아직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이 집보다 더 머리털 서는 집을 본적이 있다. 뭐라 할 순 없었지만 기분이 정말 나빴다.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이상했고, 내놓은지 1년이 되었다는 집이 깨끗해도 심하게 깨끗했다는 점도 이상했다. 보통은 1년정도 지나면 먼지가 수북히 쌓이고 지저분할 수 밖에 없다. 내놓을려고 청소했다고 말하고 싶으신지? 콧 웃음 한번 치고 백명에 단 한사람도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섬짓한 공포를 저자께서 다시 찾아 주시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