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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요일들>이라는 책 제목이 파란 표지처럼 상큼하게 느껴졌다. 내용은 블루의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할까? 누구에게나 일요일뿐만 아니라 상실의 시대가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는 시간 막으면 정말 행복해질지 정말 그것도 의문이다. 단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무언가 묘한 연결 고리가 있다. 두 어린 형제가 엄마를 찾아서 떠돌고 있는 이야기가 짧막하게 등장한다. 그 남자도 그 아이들을 보았고 그 여자도 그 아이들을 만났다.
첫번째 속 일요일을 공치고 있는 다바타는 여자 친구에게 목숨을 거는 스타일처럼 느껴진다. 매번 모든것을 걸어도 바위에 깨치는 달걀처럼. 그런 다바타가 부럽기도 했다. 잘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부녀와 함께 도망을 가다’ 보통은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이므로. 그 반면 다바타의 형은 공무원으로 부모님께서 뿌듯하게 생각하는 아들이다. 그런 형을 볼때면 다바타는 답답하고 매번 여자를 위해 그렇게 살아가는 동생이 형은 답답하다. 이번에도 다바타는 자신의 여친을 따라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가게 된다. 이번에도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인생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다바타의 형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는다.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48쪽)
"인생 뭐 있나? " 싶다가도 "인생 뭐 있다" 싶다. <일요일의 피해자>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읽어 보았다. 친구가 강도를 당했다는 내용이였다. 나츠키는 젊은 남자들이 손가락 하나 건들지 않은 치카게가 왠지 가련하게 느껴졌다. 물론 무슨 일을 당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당하지 않은 치카게가 너무나도 비참하게 여겨지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120쪽)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그나마 다행이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그녀의 생각이 뜻하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아직은 그러한 사실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나 보다. 나이를 먹는다는것 그것만으로도 참 서러운 일이라는 것 말이다. 나도 곧 그런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일꺼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역시도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사는 것이 힘든 것 같다.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언제 나 자신을 치고 들어 올지 알수 없으므로 말이다.
<일요일의 남자들>은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의 일요일을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내고 아들은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보내고 힘들어 한다. 두 사람은 오붓함과는 거리과 먼 껄끄러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며칠의 여정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이기에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그러니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다, 잊으면 안 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 보다." (163쪽) 어린시절엔 그러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아버지와의 대화는 왜이리 어색한지 모르겠다. 내가 서먹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걸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전화상의 아버지는 <용건은 간단하게>의 70년대의 철칙을 그대로 지키고 계신다. 몇 마디 꺼내면 그래 잘지내거라 하면서 전화를 끊고 마신다. 아버지도 어색하신 걸까?
마지막 <일요일>에서는 가슴 뭉클함이 있었다. 일요일의 연결고리인 엄마 찾아 삼만리를 헤매고 있는 어린 두 형제의 이야기가 종지부를 찍고 있었다. 노리코는 자신의 아픔을 상담하러 갔다가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 엄마를 찾아 헤매던 두 아이는 노리코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된다. 동생과 절대 헤어질 수 없다며 형은 그 곳을 나가려 하지만 노리코가 두 아이를 붙잡는다. 울며 불며 우리는 헤어지게 될꺼라며 제발 놓아 달라는 그 아이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노리코의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그래 살면서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