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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평점 :
갑작스럽게 머리속에 대바늘이 관통하는 아픔이 찾아온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오하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게 된다. 어렸을적 부모님이 화재로 돌아가시고 살아남은 오하쓰. 어릴적 오하쓰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능력이 있었던 듯하다. 오빠는 오캇피키로 일하고 있다. 관리청에서 근무하는 일종의 형사처럼 사건을 조사하는 직업이다. 시탓피키, 오캇피키 이런 말들이 아직 적응이 잘되지 않았지만, <기이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속에서 드물게 등장하는 오캇피키의 인물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이 책이 <흔들리는 바위>인 이유는 이 책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나데혼 주신구라>의 전설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에 접근하고 있었다. 아마도 인간의 악한 면모까지 어쩌면 그것은 원래의 성품과는 반하여 어쩔수 없음을, 저자는 안타깝게 혹은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저자의 매력이다. 그 사람이 나쁜짓을 저질렀으므로 당연히 죽어야 한다.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가 악한 마음을 품게 된 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한도 처음엔 그저 평범한 사람이였다.
보통의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지 않는다면, 악한 마음이 그대로 봉인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일지는 모르나, 자신이 상황이 최악이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그 봉인이 풀릴때가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최씨라는 사람은 정말 성실하고 성품이 온화한 사람이였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어제와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역사상 너무나도 유명하다고 하는 이 사건은 겐로쿠 14년 3월 14일에 일어났다고 한다. 칙사를 접대하는 일을 맡고 있던 아코 번주 아사노 나가 노리가 에도 성 복도에서 코케 필두인 기라 요시나카에게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사건이 모든 일의 발단이다. (150쪽) 무엇때문에 칼을 휘둘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사노는 할복을 하고 집안도 멸망했다고 한다. 기라는 특별히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아사노의 복수를 위해 1년후에 그의 가신 49명이 기라에게 복수를 했다는 그런 내막이였다.
오하쓰는 기름통에 빠져 죽은 아이의 사체를 보았다. 오빠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자연스레 뒤지게 하고 아이의 사체가 발견되고 며칠후 물속에 빠져 죽은 아이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오하쓰는 노부교에 의해서 신기한 일을 조사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노부교는 오하쓰를 능력을 알고 있었고, 거기다 그런 신기한 일을 책으로 쓰고 있었다. 범인을 뒤쫓다 보니 이 일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가나데혼 주신구라>와 연관이 있었다. 그것과 아이들의 죽음이 무슨 상관인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오하쓰는 우쿄노스케와 함께 이 일을 조사하게 된다. 우쿄노스케의 아버지는 꽤 높은 직책을 가진, 이 책에서는 빨간 도깨비라고 생김새를 설명하고 있는데 참으로 곤란하게 생겼다.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서 사람의 몸에 씌워진 사령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그 사령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아이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여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그 여인은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저자의 책은 몇권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단편만 보아왔다. 무슨 연유일까 싶어서 바삐 책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결론을 내달리면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그 사령의 정체와 <가나데혼 주신구라>의 연관성이였다. 유명한 사건에 유명인의 등장이 아닌, 그 당시의 어처구니 없는 법때문에 갑작스레 인생이 흔들리게 된 한 무사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개인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시련과 고난을 겪고 멋진 인물이 되고 배경도 좋아야 하고 여러가지 갖추어야 할것들이 많다. 개인으로 보자면 흔들리는 갈대처럼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쪽으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도 맞아야 한다. 막아줄 하늘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처련함과 안쓰러움이 통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