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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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괴이>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몇편 있어서 읽고 나서 씁쓸한 맛이 덜했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모르지만, 어느 곳이나 서민의 고달픈 삶은 비슷한 것 같다. 지금의 풍요로운 세상에 열 몇살에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한다는 것은 생각치도 못할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많은 사람이 어린시절부터 일을 해야했다. 생각해 보면 그리 먼 시대를 건너뛰어야 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많은 고생을 하시면서 살아 오셨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끼니를 잇기가 그토록 힘들고 배고팠다던 그 시절을 아버지는 종종 이야기 하신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때를 회상하시면서 웃음 지으시는 모습을 뵈니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이야기 <꿈속의 자살>에서는 자신이 전에 일했던 곳에서 일어난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벌써 오랜 시간이 흘러 버렸지만, 여전히 의문스럽기 짝이 없었다. 도련님의 혼담, 그리고 도련님께는 사귀던 하녀가 있었고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도련님은 결혼까지는 생각지도 않았고 집안에서 조용히 해결하기로 한터였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도련님과 하녀의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두려움에 졸도할뻔 하였으나 부리나케 도망쳐 오고, 도련님은 예전과 같은 모습이였고 혼담이 들어왔던 처자와 결혼을 한다. 이런일은 응당 보통 사람이라면 꿈이길 바랄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차마 입밖에 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였다. 

두번째 이야기는 음산한 분위기,  사람의 혼을 먹고 사는 그것의 정체가 나타났다. 그 가문의 고용꾼들은 겉모습은 일반 사람과 다를게 없는데 불만이 없고 자신이 맡은 일에만 열심히 일한다. 사람이 말이 나지 않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종종 불미스러운 일들이나, 일을 그만두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나 이 집안은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정적속에 흐르는 침묵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의 영혼을 잡아 먹혀서랄까.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거나 말이 없고 초점없는 눈동자, 이것이 바로 영혼을 붙잡혀 먹힌 상이랄까. 앗 그럼 나도. 나는 생각하잖아. 짧지만 긴 여운을 남는 듯한, 예전의 이야기를 어려움 없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아다치가의 도깨비>에서는 도깨비가 등장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처음엔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인 줄 알았다. 도깨비는 자신의 본 모습을 비추어 준다고 한다. 추악하다거나, 참하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뭐 좋은 모습을 비춰주면 좋겠지만, 자신의 숨기고픈 모습까지 비추어 준다면 그동안 애쓰게 숨기고 살았거나 몰랐던 모습을 본다면 본인도 매우 놀랄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좋은 결말이 나서 좋았다. 그리고 도깨비의 묵묵한 모습에 귀여움을 금치 못했고, 시어머니의 좋은 성품에 반하고 말았다. 그런 녀석이 내 눈에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바로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모든것이 좋은면만 있는것이 아니여서 사악한 악귀도 보아야 할 터였다. 

<여자의 무덤>과 마지막 이야기 <바지락 무덤>은 등골이 써늘하고 시원한 기운을 내려 놓고 갔다. 겨울은 추워서 그런지 서늘한 이야기를 읽을때 그 맛이 더해서 좋다. 추울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더욱 맛있듯이 말이다. 왠지 <여자의 무덤>을 읽고 나서는 장판 바닥에서 눈을 째리며 피를 주르륵 흐르면서 목만 있는 여자가 나를 째릴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섬짓했다. <바지락 무덤>에서는 직업중개소를 하고 있는 오래된 아저씨의 이야기가 내 흥미를 당겼다. 직업중개소를 하는 사람들은 눈썰미가 좋아서 찾아온 사람을 거의 기억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년에 1번씩 찾아온 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전혀 늙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말이다. 이 책속 주인공인 요스케도 아버지 친구분께 그 이야기를 듣고 전혀 믿지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아는척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사람의 호기심이 발동하면 죽어야 끝을 낸다는 무서운 이야기. 
마지막에도 말했지만, ’역시 아는척을 해서는 안돼.’ 그렇단 말이지요. 후후후  왠지 공포스러운 이야기와 절묘하게 다정스러운 이야기가 <괴이>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더이상 관절을 꺾으면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귀신들은 춤 연마를 더하던지, 비보이를 추던지 식상해서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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