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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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잡고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손에서 이 책을 3개월째 잡고 있었다. 처음에 시작은 쉽게 문을 열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내게 쉽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도망자’로 살아 왔기 때문이다. 어려운일에 부딪칠때면 늘 도망갈 구멍부터 찾곤 했었다. 숨어 봤자 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내게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옴에도 나는 그리도 어리석었다. 

언니의 권유로 사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1994 - 1995년도 였다.  그 당시에 띄엄띄엄 사설을 쓰기 시작했었는데 어째 사건사고만 기록되어 있었다. 1994년 10월에 성수대교가 붕괴 된지 얼마되지 않아 1995년도 6월에 삼풍 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그전에 4월에는 대구 지하철 공장 가스 폭발사고도 있었다. 그해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로 사건이 많이 발생했던 해로 기억난다. 뉴스에서 접한 성수대교 사건도 어이없었지만, 삼풍 백화점 사건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무슨 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어린 마음에 정말 이해 되지 않았다. 이 책속에서는 혼란의 시대였던 역사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백화점 회장님의 첩이라는 박선녀라는 인물이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가 백화점이 붕괴된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서 과거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간다. 이쁘면 얼굴값 한다고 그녀 역시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한 사람 만나 결혼해서 사는 것이 좋았을텐데. 

세밀하고도 빠르게 사실적으로 역사의 시간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일제 치하에서 살아남아 애국지사들과 반대편에 서서 그 시대를 살아오고 권력을 잡게 된, 현재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그 속에 있다. 이 시대를 살아 가면서 과거는 묻지도 말고 알려고 들고 싶지 않은 심정이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는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밑바탕에 있었지만, 그것이 잔혹한 진실이였기에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시간에 비디오를 통해서 5.18 민주화 항쟁속에서 보았던 처절함과 잔혹함을 잊지 못한다. 자유를 부르짖던 그들의 외침과 잔인하게 아이, 여자, 노인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발길질과 무기를 휘둘렀던, 사람같지 않는 괴물같은 그들의 모습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개인대 개인으로 만났더라면 그런 사람이 아니였을지 모르겠지만, 명령 아래 감정도 아무것도 없는 좀비처럼 그들은 미친개처럼 보였다. 그런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사람의 본성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한시도 편할날 없이 지금의 세월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항쟁하면서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고괴한 생명값으로 간신히 자유를 얻었지만 그 속에는 ’약육강식’이라는 잔인한 단어와 ’자본주의’의 병폐에 우리는 현재도 사는것이 힘들다.  그리고 진정으로 우리가 자유를 가진것인지, 자유라는 말만 명찰처럼 달고 있는 것인지 알 수없다. 국민들은 어느 시대에나 힘들고 고통 받는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것이 바뀌지는 않는 씁쓸한 진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분들이 있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더라도 이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현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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