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고양이 줄고기, 유리고기, 나비가오리, 등목어, 모래무지, 벚꽂뱅어......
당신을 메모리 박스로 초대합니다.
메모리 박스는 당신의 기억을 담아두는 장소입니다.

 

라는 메일을 통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신은 사랑하고 있습니까?" 사랑하고 있어도 둘이 함께여도 외롭다. 지독한 외로움......여자는 사랑을 말하지만, 남자는 숨쉬고 싶어한다. 서로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하는 법을 잊어 버린다. 그녀는 '저것'을 말하고 그는 '그것'을 바라본다. "날 봐주지 않는 거나며, 질렸냐고" 소리를 쳐도 상대방의 뒤통수는 아무 대답이 없다.

세상에 지친 남자 셋과 여자 셋은 메모리 박스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들은 소리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다독여줄 위로가 간절히 필요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처럼, 아니면 그대로 쪼그라들어 버리는 풍선처럼 말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끙끙 거리고 있었다. 여섯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매번 등장하는 '그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녀는 때론 '묘'였고 '제비꽃'이였고 '해파리'였다. 다른이가 눈물 지을때 어깨를 토닥여 주고 누군가에겐 삶의 희망을 주고 어린시절의 추억이 되고 여전히 가슴을 시리게 하는 사랑이 되어준 그녀, 그녀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여고 시절을 어린시절을 풋풋하고 불안했던 스무살을 그리고 현재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불안정했다. 어머니는 정신병이 있었고 그런 어머니가 어린시절에 돌아가신후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자신도 언제 미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아버지의 술주정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런 그녀였지만 다른 이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존재 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사람이였다. 꿈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리워지고 아련해지는 느낌이였다.

 

삶은 기억과 관계로 이루어진다고 나는 믿고 있어.

내 기억도 잠시 접어두기로 했지만 ( 255쪽)

 

그들의 이야기는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진다. 가출한 소녀는 집을 나와 갈곳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 일을 해서 살아가려 했지만, 현실에서 그녀가 갈곳은 없었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일테지만, 집이라고 다 '즐거운 집'은 아닐터였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아픔이 있고 반항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살기 위한 몸부림'일수도 있다. 그들과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들의 삶이 더 위토롭고 위험해지기 전에 말이다.

 

삶은 권태기다. 누구나 한번쯤은 위기를, 때론 매순간 마다의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 힘든 일상이 스스로의 목을 죄지 않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서로의 관계가 악연이 되지 않도록, 실수로라도 남을 해하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거나 힘들지 않도록 말이다. 둘이 함께라도 외로울 수 있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이니까. 현실에서 도망가도, 부딪쳐도 현재의 상황이 더 좋아질수도 나빠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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