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공포영화에 열광하는가?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잔악 무도한 영화에 돈을 투자 하는가? 환갑이 넘은 저자는 죽는 순간까지 공포를 사랑할꺼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미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공포영화가 큰 활력을 준다. 사람마다 개인의 취향이 있을 뿐이고 자신과 다르다고 욕하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과학과 합리성 같은 것들은 전쟁의 환경 속에서 매우 잘 자란다, 고맙기도 해라. (99쪽) 

공포가 우리에게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상징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말하기 두려워할 만한 것들을 바로 직설적으로 말하고 계속 짖어 대기 때문이다. (102쪽) 
미국의 맹인들이 맥도날드 햄버거의 광고 문구를 듣고 사람 차별한다고 느낄지 안 느낄지 나는 늘 궁금했다. "감자 튀김에서 당신의 눈을 떼지 마십시오. " (123쪽) 
이 글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잠들기전 새벽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나의 웃음소리를 들었다면 미친것 아닌가 했을 정도였다. 스티븐 킹이 지금까지 재미있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였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긴 저자의 면모, 특히 공포에 대해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모르는 작품들이 이 책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감에 부연적인 설명이 잇따르고 있기에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저자의 거침없이 난도질하는 글솜씨에 감탄하면서 거기에 코믹함까지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650페이지 분량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어떤방면에서 아무런 의미없는 공포영화들도 있었지만, 공포영화가 시사해주는 남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좀비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테러리스트들이라고 한다. 난 좀비는 미국에서 장례의식 절차로 뇌에 구멍을 뚫어서 넣는 물질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tv드라마 시리즈로 무지 좋아했던 <환상특급>을 비롯해서 영화중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데스티네이션>등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공포영화를 많이 보지 못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가 삭막해지고 점점 무서해져가는 속도에 따라 공포영화 역시 무섭도록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나 경제나 문화에 경고하거나 암시하는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무자비하게 살인하는 행위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현대에도 ’묻지마’ 살인때문에 사람들은 수없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통해서 그런 감정을 똑같이 느끼기에는 그 공포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도 영화는 영화일뿐이니까 괜찮겠지만 말이다. 어떤 방면에서는 부추기는 면모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현대에는 현실과 영화, 드라마나 상상의 일부와 실체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의 어린시절이야기도 있고, 공포 영화의 전반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공포영화가 피나도록 긁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이야기가 여러모로 포장이 되고 어떤 영화는 지극히 상업적인 용도로만 포장되어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중에서 건질만한 영화가 있고 우리를 미치도록 열광케하는 이야기가 있다. 전 애인을 스토킹한다거나, 자신에게 상처되는 말을 한 상사에게 보복을 한다기 보다 한편의 공포영화로 날려버리는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저자의 말대로 건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시각으로 보았을때는 매우 불건전해 보이겠지만, 어른들의 잣대는 정말 건전한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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