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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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거나 혹은 답답하다’는 소리를 다른이들로부터 자주 들었을법한 주인공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 책이 잘못 씌여졌다면 정말 지루하고 답답한 책이 될 뻔했다. <교환일기를 시작했습니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다섯가지의 사랑이야기는 독특하고 흔한 사랑 이야기와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편지글로 시작한 <교환일기>는 참으로 여러사람의 손을 거치게 된다. 사연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오해하고 사적인 공간에 다른이가 침입하게 되고 여러 사건이 벌어지면서 유쾌한 해프닝이 담겨져 있었다. 다섯가지의 사랑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은근히 반전이 가져다 주는 묘미 때문일것이다. 사랑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추리소설의 매력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난 매력이 없어." 라는 표지에 장식된 글과 표지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읽는 이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친숙한 주인공의 이야기과 공감이 되기도 했다. 두번째 이야기인 <기치조지의 아사히나군>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기치조지의 발음이 자꾸만 잘못 읽혔다. 커피숍의 이름이였다. 이야기의 장소가 주어지고 주인공을 따라서 우리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관계를 조금씩 서서히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내면 묘사를 재미있게 그려냈다. 사람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서 어디가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 그게 정답일지도.

’예전에 형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말했다. 언제까지나 남는 것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도 덧없다. 영원이라든가 절대라든가 그런 건 없다. 사랑이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느새 사라졌어." (131쪽) 사랑이 덧없는 것일까? 세월이 덧없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이 덧없는 것일까? 인연의 시작은 그렇다 치더라도 끝은 정해져있지 않다.

<삼각형은 허물지 않고 둔다>이야기에서는 의리있는 두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칫 세사람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될 수 있었지만, 바보같은 친구덕분에 세사람의 관계는 삼각형처럼 적당한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다.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만큼 일까? 순수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삼각관계라고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좀 더 깊이가 있었다.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에 잘 서있어야 한다. 가까울수록 우리는 거리를 어디쯤 두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처도 크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상처는 더디게 낫는다.  ’여기에 하나의 삼각형이 있다. 공기의 저항을 받아 가장 아름답게 흔들리는 모양, 삼각형이다. 세 개의 점에는 각자의 고민이 있고 성격이 있고 인생이 있고 배려가 있다. 두 변의 길이의 합이 남은 한 변의길이보다 크면 삼각형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248쪽) 삼각형의 그런 의미를 생각해보니 심오하게 느껴진다. 

사랑 표현에 서툰 사람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는 사람들, 조금씩 느리게 느리게 행동한다. 달팽이가 움직이듯이 서서히 느껴지지 않듯이, 하지만 움직이고 있다. 좀 더 빨리 가는 방법이나 표현을 잘 알지 못하는 것 뿐이다. 빨리 간다고 해서, 좋은것인지 알 수 없다. 실수투성이라서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마지막은 어찌될지 모른다. 그건 각자의 몫일테니까 말이다. 사랑도 만들어가는 이에 따라서 달라질테니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 정말 ’사랑’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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