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난 죽은 사람이란다.' 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이해해 줄만한 사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폴란드에서 랍비의 딸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다. 어머니의 아버지는 자상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자신의 딸을 집밖으로 내민 장본인 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삶은 순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아버지 때문에 흑인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엔 1940년 전후에는 백인과 흑인의 만남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큰 죄악이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여도 되고, 특히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라니, 사형당해도 되는 험악한 시대였다.  유대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극장’에서나 조명할만한 인생사였다. 인종차별이 극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그 시절이라서 더욱 힘들었을텐데. 그 시간을 거쳐왔기에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괜찮은것처럼 보인것과 괜찮은 것은 하늘과 땅차이이지만 말이다.

 

12명의 자녀를 둔 그의 어머니는 강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을 갖기 전 청소년 시절의 어머니는 아이를 낙태시켰다. 자신이 사랑했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을 당했던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 어머니는 자칫 나쁜길로 빠질 뻔 하였으나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가정을 꾸리게 된다. 17년 동안의 생활은 어머니의 삶중에서 매우 행복했던 시절이였음이 분명하다. 데니스와의 결혼생활 동안 8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이책의 저자가 바로 8번째 아들이다. 이 책은 어머니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머니는 막강한 권력을 집안에 구축시켜놓았다. 시간이 흐르고 형제자매들이 그 집을 서서히 떠나게 되었을 쯤에야 그 권력은 집안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첫 번째 남편이 그리도 어이없이 세상을 떠나게 될 줄 몰랐다. 혼자서 여덟 아이를 다 키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어머니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재혼하게 된다. 거기서 네아이를 낳게 된다. 어머니는 유대인이지만 아이들 모두 흑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백인이고 피부색은 하얗고 자신들은 흑인이고 피부색이 달랐던 것이 무지 힘들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형제들은 다르다는 것이 주는 상처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한다. 지금도 인종차별이 많이 없어졌다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미소를 가졌을법한 어리시절의 그의 이야기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별로 웃을 일이 없을것처럼 여겨졌었는데 말이다. 힘든 시간은 흐르고 과거는 과거로 남겨진다더니 그말이 사실인가 보다. 그의 방황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은 도둑질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세상에 대한 울분과 원망이 그를 어두운 방황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도 세상을 원망하는 어린 시절의 그가 아닌, 아픔을 이겨내고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무표정과 강인함으로 무장해서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했던 어머니와 방황의 끝에서 제자리로 돌아온 가족들.

 

이 책은 몇줄의 이야기만으로 굉장히 우울한 이야기이다. 저자의 유머스러움, 그리고 과거의 아픔과의 재회할 수 있었던 마음이 이야기를 벼랑끝으로 내몰아 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현실과 동화의 중간계에 속해 있는 느낌이 든다. 아픔과 고통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훈장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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