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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김효정 지음 / 일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사막을 건너는 배, 낙타. 그러나그 충성스런 동물, 낙타를 사막레이스에서 만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레이스 참가자가 사막에 무릎 꿇을 것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사막레이스에서 낙타를 만나면, 그것은 당신이 오늘의 꼴찌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82쪽)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거나, 사막에 가서 왜 사서 고생하는지등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자의 꿈이였기에,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 사막에 갔다 와야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면서도 사막을 가야 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에 감명을 받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가고 싶었던 그곳, 난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난 <동사서독>이 훨씬 좋았다는. 10년동안 꿈꿔왔던 꿈을 현실로 과감히 이루는 그녀를 보면서 나 역시도 부러웠다. 연금술사를 무지 좋아했으면서도 사막에 대해선 별 감흥이 없었다.
2003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저자는 꼴등을 했다고 한다. 생각치도 못했던 사람들의 환대속에서 저자는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꺼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본적이 있었던가?
사막에서 경험하는 고통은 어쩌면 만병통치약이다. 완주한 사람만이 그 약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안다. 고통 속에 감춰진 달콤한 행복, 순간순간 고통에 몸을 떨지만 완주하고 나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맛본다. (93쪽) 발의 물집이 생겨서 고통스러울텐데, 나중에선 물집을 따면서 이녀석들이 생기지 않으면 섭섭할꺼라던 그녀의 말에 참 낙천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무지 아프고 따갑게 생겼던데 그런 마음은 어디서 생기는건지. 처음엔 많이 걱정하시던 부모님들께서도 나중엔 '그래 잘 갔다와라.' 라고 심드렁한 말투. 나중엔 곰국도 없이 그냥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역도산> 촬영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난 사막레이스를 완주하고 난 후 그 어떤 것과 부딪혀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103쪽)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마음이 찡했다. 어찌보면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 넣는건 그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20대의 청춘이 좋았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 치열한 시절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루가 일년처럼 더디게 시간이 흘러가는 그 시절엔 너무 힘들었다고.
잘못 디디면 수백 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고비사막의 칼 능선, 사막레이스 중 가장 힘든 곳을 꼽으라면 단연 고비 사막이다. (114쪽) 사진으로 보기엔 그 아찔함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서있는다면 손발이 오그라 붙을것이 뻔하다. 그곳에 가보고 싶지 않다.
국경도 나이도 중요치 않은 우리는 모두가 친구였다. 사막에서, 우리는 누구를 앞지르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손잡고 함께 가려 한다. 서바이벌 레이스는 나만의 서바이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서바이벌을 추구한다. 다 함께 완주하는 것, 이거야말로 사막레이스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이다. (118쪽)
인생도 이처럼 함께 어깨를 견주면서 나란히 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녀는 진정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었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뛰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막에서 비도 맞고 남극에서 고래꼬리를 보았으니 말이다. 쉽지 않은 경우라고 한다. 그녀가 어떤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화를 꼭 보러 가야겠다.
세계5대 사막레이스를 모두 완주한 그녀. 무거운 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에 활짝 웃던 사진을 보면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사막과 사랑에 빠진것처럼 보였다. 눈동자가 반짝 빛나는 느낌, 사진속에서 힘들어 보이지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 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