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이름은 매코이 정직형사지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불독처럼 살인마를 향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뽑혀 버렸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스티븐 시갈의 영화를 즐겨봐서 그런지 매코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화속의 맥코이라는 인물과 책속의 매코이는 많이 닮아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난 매코이는 또 다시 살인마를 찾으러 미친듯이 추적한다. 절반이 못되게 달려왔을때쯤에 어렴풋이 살인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빠르게 읽어 내려간 결말은 뭉퉁그려져 있어 나의 판단을 흔들어놓고 사라진다.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은 그다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렇게 매코이는 연쇄살인범에게 미쳐있었다. 그가 너무 잡고 싶어서, 더이상의 희생자가 없길 바라면서 쫓고 쫓았다. 매코이는 그의 삶에 있어어 더이상 잃을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짙은 안개속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진한 향기가 퍼질때면 매코이의 두통은 심해진다. 그리고 자주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잠깐 동안이지만 자신의 기억이 없다는 것은 두려운일이다. 매코이는 아픈 기억을 떠안고 있었다. 기억은 정직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해석되어 버린다.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머리속에서 적당히 편집하고 재구성 한다. 우리가 모든걸 정확히 기억해 낸다면 이세상을 살아갈수가 없다. 매코이 역시 자신의 기억의 일부에 무슨일이 일어난지 알지 못했다. 짙은 안개속에서 범인을 쫓다보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막막하고 축축하고 두려운 느낌이 일어난다. 아마도 그 순간은 매코이의 심정이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겐 이 책의 결말이 반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이 책과 비슷한 이야기를 알기에 뭔가 좀 색다른 감이 있기를 바랬다. 작가의 글솜씨는 살인자를 추적하기에 좋았으나 아쉬운점이 많았다. 살인과 연결되는 연결고리들이라던지, 책에서 퍼즐을 풀어 범인에 대한 힌트를 주듯이 우리가 풀어가는 추리퍼즐의 재미가 덜했다. "아하" 라던지 "그렇구나" 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매력이 아쉽다.

때론 살인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말이 좀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속의 피해자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는데 그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나 죽음로써 편안해졌을까 . 자신의 아픈 기억속에서 방황하는 안쓰러운 사람들을 보았다. 상황에 치닫게 되면 누구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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