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일곱편의 단편소설, 던지듯 짧게 끊어지는 문장들 그러면서도 섬세한 필자의 표현에 빠져든다. 이 이야기속엔 불안정한 우리의 내면을 닮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저자의 내면적인 갈등. 아버지의 무뚝뚝함이 꼭 다문 입술이, 자꾸만 아버지를 피하고 싶어하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껄끄러움이 느껴진다.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오랫동안 딸을 보지 못한 아버지가 있다. 전처가 돈을 요구할때 보내준 돈 빼고는 아버지로써 딸에게 해준것이 없다.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가고 딸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의 머릿속이 자꾸만 헝클어진다. 죽음이 자신을 언제 데려갈지 몰라 분노하고 매달리고 점점 상황들을 악화시켜 버린다. 그의 딸은 아버지를 정중하게 헨리라 부르고 딸의 연주회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답답하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부녀의 관계는 어떻게 끝맺을까. 아버지로써의 그가 안쓰러웠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을 마음대로 보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한테 아버지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까. 


 제이미는 평범하고 때론 무지 소심한 스타일의 학생이였다. 그러다 결정적인 골을 넣게 되고 학교의 스타가 된다. 어머니는 아프셔서 살던 고향을 떠나 시내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짝사랑하던 소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첫경험을 하게 된다. 불안정한 상황, 어머니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제이미도 그의 동생도 아직 어리다. 표면적으론 괜찮아 보이기에 더욱 불안한 언제 깨져 버릴지 모르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제이미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학생으로 부터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의 남친은 학교에서 공포의 대상이였고, 아마 누구도 그를 어쩌하지 못할판이였다. 이 동네에선 비밀은 없었다. 모든일은 발가벗겨진 채로 나돌아 다녔고, 제이미는 마음이 혼란스럽고 복잡했다. 두려웠지만, 그녀를 위해서 용기있게 행동하고 싶어 했다. 제이미는 부모님 뒤로 숨어 보호를 받지만, 제이미는 더이상 겁쟁이가 되긴 싫었다. 자신 없고 두려웠지만 그것을 싸워 이겨냈다. 
 

 사라는 파빈을 보기 위해서 이란으로 간다. 스카프로 얼굴을 두르고 시끌벅적 한 소음과 함께 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친구라고 믿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사라가 알던 파빈이 아니었고, 일이 자꾸 얽히기만 한다. 목전에 다가온 죽음 앞에서 사라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한다. 가슴이 벌렁 거리다 못해 오그라들 정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자신이 살던 미국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격정에 휩싸이게 된다. 뉴스로만 보았던, 평화롭지 못한, 불안정하고, 생과 사의 순간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가슴에 알싸함이 느껴지는 나라이다. 잘 알지 못하기에 뭐라 말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빨리 안정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죽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열명남짓 탈 정도의 배에 이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빽빽히 찬다. 죽을지 살지 알 수 없는 상황들, 사람들은 무사히 빠져나가기만을 기도한다. 식량도 물도 모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 시커먼 바닷속으로 던져진다. 바다는 밤이 되면 산호색으로 빛난다지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그 배에 탄 사람들은 절망의 바다였을꺼다. 사람을 잡아 먹는 바다. 철썩이는 사나운 파도로 배를 집어 삼키는 바다.


이 책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끊어지듯 덤덤하면서도 깊이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철썩이는 파도에 등장 인물들의 구토로 인해 나 역시 토할 것 같았다. 살아서 육지를 밟길 바란 어린 아이의 숨이 끊어져 바다물 속에 던져졌을때는 마이의 아픔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의 엄마는 실성한 듯, 마이를 원망하고 소리쳤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베트남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처음에 읽을땐 그가 처음 시작했을때처럼 자신의 모국에 대해서 단편들을 썼으리라 짐작했다.  여러 소재와 그들의 아픔을 적나란하게  들춰낼지 몰랐다. 생생하고 무덤덤하면서도 내면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는 아픔, 갈등은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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