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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들
아일린 페이버릿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동화속의 여주인공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의 세계속에선 결국 해피앤딩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와 그레타 아줌마가 운영하는 여관은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다. 책속에만 살아있었던 여주인공들이 잠깐씩 들러 쉬어 가곤했다. 상상속의 세계인가? 현실인가?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엄마는 한참 사춘기인 13살 딸아이 보다는 잠깐씩 머무르는 여주인공들을 더 소중하게 대했다. 페니는 데어드르라는 여주인공에게 자신의 방을 빼앗긴 후로 화가 나서 집을 뛰쳐 나간다. 그 일로 인해 자신에게 어떤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한 체 말이다. 엄마가 가지 말라고 했던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켈트 족 왕 코노르를 만나게 된다.
엄마는 여주인공들이 자신의 결말을 알아 버리게 될까봐 그들이 등장한 책들을 다락방에 꽁꽁 숨겨두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페니는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래선 안된다며 페니에게 나서지 말라고 한다. 집을 나간 딸이 걱정되어 엄마는 실종신고를 하게 되고 일이 커져 버린다. 의사의 협박에 의해 어쩔수 없이 엄마는 서류에 사인하게 되고 페니는 정신병동에 들어가게 된다. 페니는 엄마의 배신에 치를 떨게 되고 마지막 몸부림은 얼핏 정신병자 같기도 했다. 잠깐이면 된다고 했었던 엄마의 말과는 달리 페니는 어쩌면 이곳에 오래토록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정신병동으로 페니를 구하러 코노르가 오게된다. 아마도 그것을 본 간호사들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듯 했다. 페니가 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였으니까. 나 역시 이책을 읽는 내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꿈속인지 믿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역시 아이들의 허상따위는 정신병이라고 여기는 그런 바보 어른이 되어버린것 같다. 만화속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꿈꾸며 좋아했던 나였는데 어찌 이런 상태가 되어 버렸는지 말이다.
페니의 아빠가 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는 한방 먹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재미있어 웃음만이 나왔다. 페니의 엄마 역시 페니를 갖게 된것도 책속의 주인공을 만나서 였다.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밝히진 않겠다. 엄마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고 페니를 갖게 되고 그는 책속으로 떠나버린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페니는 엄마에게 말하진 않았겠지만,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늘 궁금했을 것이다. 페니는 코노르를 만난 순간 뭔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감정이 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같은 것이였으리라. 페니가 감당하기엔 벅찬 경험을 한 후 평상시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페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책을 읽었다. 페니의 아버지는 불운의 주인공이였으며 악인이였다. 결말 역시 좋지 않았다. 페니는 가슴이 아파서 자신만의 결말을 적어 내려갔다. 늘 자신의 집에 머물다간 여주인공들을 질투하였던 페니는 자신의 인생에 여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페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벗고 당당히 싸워 이겨내었다.
한번쯤은 여주인공들을 부러워 한적이 있을 것이다. 책속에 그려진 여주인공들은 불운하던 유복하던 멋져보였고 동경의 대상이였다. 결말이 해피앤딩일땐 우리도 함께 행복했지만, 결말이 비극일때는 함께 눈물짓곤 하였다. TV드라마속의 여주인공들은 멋진 남자들이 어디에 포진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도 아니고 둘씩 나타나며 삼각관계를 그려낸다. 여주인공들은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얼굴도 이쁘고 사랑스럽고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스타일이다. 우리 역시 우리의 삶속에서 멋진 여주인공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누군가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환호해 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빛나는 존재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