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머니를 돌보며> 저자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안개가 뿌연하게 낀 것 같은 답답한 심정으로 읽었다.
3년전이었던가? 전화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려왔다. 분명 저 전화벨소리는 집에서 거는 소리일꺼다. 늘 그랬었지만,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신 분이라 전화 벨소리 또한 아버지를 닮아서 급하고 상대방을 다그치듯이 울린다.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 "아버지께서 자전거 타고 가시다가 넘어지셨다." 고 말씀하셨다. 그후로 아버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셨다. 그전에도 파킨슨병의 징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었지만, 넘어지셔서 머리를 다치시고 병원에 가시지도 않고 집에서 뭉개시다 병세가 나빠지셨다. 저자의 말처럼 "우유부단한 사람은 고집불통이다" 나도 이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우리 아버지 또한 고집불통이셔서 좀처럼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 아버지는 머리를 다치신 그때 바로 병원에 가셨어야 했다. 일흔을 넘기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쌀 한가마니를 번쩍 드시던 그때를 잊지 못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하실까?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머리는 늘 쉬지 않고 움직이는 해와 같았다. 아마도 주무실때도 무의식 세계속에서 생각을 하고 계실것이다. 목표를 맞추고, 그것이 맞추어지지 않으면 잠 못이루시고 그것을 참지 못하시는 분이시다. 아버지 머리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돌아갔기에 무너져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미래를 알았다면, 그 험난하고 긴 강을 건너야 한다면, 우리는 선뜻 시작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미래를 너무나도 알고 싶어 하지만, 모르는 것이 약인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짧을지 길지 모르는 삶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기에 우리는 겁없이 달려갈 수 있다. 아버지도 자신의 삶이 그리도 고달플지 알았더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저자 역시 알고 있을지라도 어머니의 가녀린 손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머스럽고 다정하던 저자의 어머니는 침해와 파킨슨병으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침해란 세균은 사람의 기억을 갉아 먹고 난폭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표정이 굳고 몸이 굳고 말을 잃어 버리고 그 다음엔 생명을 잃어 버린다. 내가 좋아했던 배우 마이클 제이폭스가 파킨슨병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을 즈음에 난 파킨슨병에 걸리면 급격하게 몸이 굳어지고 죽는줄만 알았다. 그 보다 먼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현대에 파킨슨병은 나이를 먹으면 몸이 퇴화되는 것처럼 그런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흔히 엘도파라고 알고 있는 약물인 레바도파는 파킨슨 병 치료약이다. 엘도파는 뇌로 흡수되면 도파민으로 전환된다. 뇌가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해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가 혼란에 빠지고 그로 인해 행동이 느려지고 불확실해진다. 말은 어눌해지고 손이 떨린다. 이것이 파킨슨 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노인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중요한건 자신의 마음일테니까 말이다. 노인 요양원은 책에서 그려진것처럼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있는 노인들에게는 분노와 증오가 섞인 눈빛과 침울한 분위기는 멀쩡한 사람도 아프게 만들것이다. 저자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저자도 함께 죽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몇달전에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말에 우리 모두 놀라서 부랴부랴 시골집에 내려간 적이 있다. 생각보다 아버지는 괜찮으셨다. 약이 독하셔서 아침에 정신을 못 차리신것 뿐, 정작 놀란 사람들은 우리들이였다. 어머니의 전화는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것처럼 들려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너무 놀라지 말라고, 사람의 마음이 말처럼 간단하면 좋겠지만 감정은 너무나도 허약하고 허술하다. 괜찮아진 모습을 보고 우리들은 평상시로 돌아왔지만, 몸은 돌아오지 못했다. 한달동안 감기와 씨름을 하고선 초췌해진 모습이 되어 버렸다. 생각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싶지 않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부재중을 알아야 하지만, 아버지가 더이상 나빠지지 않길 바라며, 어머니를 외롭게 하지 않길 바란다. 자주 다투시는 두분이지만,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 될 그런분들이기에 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돌보며 자신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전화기를 들면 놓으시질 않으시려 한다. 그런 모습에 웃음도 나고 아이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