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니콜 크라우스는 "언어의 완벽함"을 추구하며 20대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예일 대학교 '젊은 시인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2년 첫번째 소설이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였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녀에 대해 자연스레 궁금해지고 그녀의 두번째 소설 <사랑의 역사>가 읽고 싶어질것이다. 처음에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읽어 내려갈때는 기억을 잃어버린 30대 후반의 남자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줄 알았다. 

소리없이 다가온 종양때문에 그는 24년간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12살까지의 기억만을 갖게 된다. 사막에서 멍하니 전에 누군가였던 그는 그렇게 발견되어서 그의 부인 애니를 만나게 된다. 그의 나이 36살이고 영문학 교수였으며 이름은 샘슨이였다. 12살이후의 기억은 아무것도 간직하지 못한채 그는 애니와 함께 그가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생각했던 기억상실증은 꽤나 낭만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나 소설책에서 읽었던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고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현실세계에서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다시는 그전의 자신으로 돌아갈수 없다는것을 의미한다. 읽어버린 기억은 거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 순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것이다. 그건 마치 똑같은 하루를 내일또 살아야 하고 모레도 그래야 하는 수레바퀴의 운명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 씁쓸함등 여러 감정들이 들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몰라서 그런것은 아니였을테지만,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마음의 깊은 서랖속에 깊숙히 숨겨둔 것이라 잘 찾지 못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깨달았을때의 상실감이란 너무나 크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샘슨이라는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자신만 비참하고 힘들어졌다.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랬다. 그들은 한집에 살고 있지만, 부부가 아닌 묘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유심히 바라보고 기억하길 바랬고, 자신이 그녀를 정말 많이 사랑했는지, 여러가지를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갑작스런 종양의 발작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평상시에 얼마나 많은것들을 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이대로 평탄하게 살다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되었을때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실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가는 우리곁을 떠나게 되어있음을 잊고 산다. 그런일이 현실로 닥치면 생각치 못한일에 가슴아프고 힘들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후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고로 인해 시골에 내려갔다오면서 많은 생각들이 가슴에 일었다. 사람은 갑자기 떠나버릴수도 있는건데 그동안 무엇을 믿고 괜찮을꺼라 자신했던것일까~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것이 그때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최악의 방법이 되어버렸다. 우리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행복을 찾아서 긴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수 있지만, 최후의 결정의 순간에는 자신의 인생이며 다른이가 대신 삶을 살아줄 수 없다. 그의 여행이 잘못된 결과를 낳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한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살아간다는것은 되돌일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더디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그런일을 겪고 난 후에야 그는 어렴풋이 자신이 기억을 잃기전에 원했던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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