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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들
안도 요시아키 지음, 오정화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5년 3월 3일 월요일 에필로그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지나간 일을 회상 혹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은 2008년 2월 24일 일요일이다. 아빠 가즈오는 아이와 목욕 중 아이의 목에 선명한 뱀 모양의 멍 자국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로 한다.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고 최면 치료를 한다는 가노 선생을 만나 상담한다. 최면 치료를 하던 도중에 아이가 전생에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전에도 아이는 종종 어른스러운 말투로 생각지도 못한 말을 툭 내뱉곤 했다.
가노 선생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열 살 무렵까지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순간에 그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44쪽) 조금씩 정말 그럴까 생각하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정말인가 싶다가도 이건 소설이잖아. 그럼에도 전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정말 아이는 전생에 살인을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아빠 가즈오의 입장에서는 너무 불안하고 무서울 것이다. 아이의 전생 이름을 알게 되고 가즈오는 중앙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본다. 정말로 33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가 말한 그 사람이 살해당한 상황이 신문에 기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는 3번의 타임슬립이 있었다.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이 어떤 공간이나 기구를 통한 것이 아닌, 갑자기 발밑이 꺼지듯이 주변 풍경이 달라지며 잠시 정신을 잃듯이 그렇게 예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의 전생이었던 그 사람이 죽기 며칠 전으로 말이다. 1975년 3월 아이의 전생이었던 오이카와가 아직 살아있다. 가즈오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이 살고 있던 그곳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첫 번째 타임슬립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두 번째는 잘해야 할 텐데, 무엇을 잘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오는 사람은 같고 그 시간으로 가는 설정에서 무슨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 말이다. 만약 시간을 거슬러 사건을 바꾸게 된다면 그로 인해 미래에서 자신의 소중한 보물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죽임을 당하게 놔둘 수도 없고 말이다.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살아 있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해버리는 일이 있다.(10쪽) 뱃속의 아이는 그 안에서 듣고 보고 있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 무의식중에 알고 있지만 의식하지는 못한다. 타입슬립을 했던 드라마와 영화들이 생각난다. 시간이 다르고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 사람들도 있었고 과거로 돌아가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낸 사람도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아이가 몇 번씩 바뀐 영화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행운일지, 불운일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