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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문답·계방일기 - 인간과 만물 간의 경계를 넘어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ㅣ 클래식 아고라 3
홍대용 지음, 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의상문답은 은거생활을 하면서 30년만에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은 자허자가 실옹을 만나 세상만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실제 북경에서 60여 일간 머물면서 필담을 나눈 경험과 홍대용의 과학사상을 담은 책이다. 허자는 '내가 너무 잘나서.' 딱히 세상의 이치를 나눌 자가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실옹을 만났다. 허자의 말투는 다소 오만함이 있었으나 실옹과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깨달음을 얻는듯 보였다.
사람들이 평소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대부분 형체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그로인해 고통받고 힘들어 한다. 형체가 있다 한들,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재물을 얻기 위해서,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벌어지는 모든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장례풍습에 대해서도 실옹은 꼬집어서 한마디 한다. 관이 좋은들, 수의가 좋은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책에서처럼 화려한 꾸밈을 절제하고 그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그랬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그때가 되니까 마음이 오동나무관에 잠시 흔들렸고 아버지도 죽으면 썩어질 꺼 좋은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씀하셨을지 모르지만, 그게 말처럼 되지 않았다. 막상 닥치면 또 마음이 달라진다. 자연의 모든 만물이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말하고 그 안에 조화롭게 살기를 바랬던 것 같다.
계방일기는 홍대용이 세자익위사의 사직으로 근무했을때 홍대용을 계방이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1774년 음력 12월 1일부터 이듬해 8월 26일까지 약 9개월간의 근무 일기로, 동궁 시절의 정조에게 경사를 강의하고 무답을 나눈 말들이다. (10쪽)
홍대용뿐만 아니라 세자의 공부방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대화를 함께 엿볼수 있다. 예전에는 절개를 지키는 것을 중하게 여겼는데 다른 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 시절이라면 그런 생각을 한다는게 쉽지 않았을꺼라 생각한다. 선현들의 글이나 언행을 통해 나누는 대화들은 쉽지 않았다. 전공과목을 공부하면서 이에 관련된 의견을 나누는 듯 보였지만 동궁의 질문은 대신들이 어떠한 생각과 뜻을 품고 있는지 은연중에 물어보는 듯도 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어찌하는지, 여전히 보이차는 운남 지방에서 생산하는 고급차였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 이런저런 것을 물어본다. 이에 질세라 홍대용역시 임금의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서 논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