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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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딸들 책표지

옛날 옛적에로 이야기를 시작된다. 시작은 첫째 딸 폰타나가 아주 못돼먹어 자기 동생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얼굴이 못써진 동생은 그렇게 홀로 살게 되었다. 200여 년 전에 벌어진 일로 인해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의 저주는 지속된다. 21세기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저주를 퍼붓고 말이야. 지금까지 둘째 딸들은 영원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나 어쨌다나.

가족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관계일까? 아니면 서로를 옥죄는 쇠사슬일까? 가족도 사람인데 서로가 좋아야지, 역할이 배정된 것도 아니고 한쪽은 참아주고 한쪽은 난리부르스치고 그런다.


동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았다. 현실에서는 아니니까. 죽으면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이 책에서 별일 아닌것으로 시작해서 큰일이였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세 사람을 응원했다. 로사 할머니한테는 욕을 했다. 그녀의 이야기도 듣다 보면 언젠가는 안쓰러워지는 대목이 있긴 할 터다. 그러니 우선은 욕을 날리고 나중에 안쓰러움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족관계에서든 사람사이에서든 누구든 참아주는 사람이 있다. 너만 참으면 된다고 강요하는 관계도 있다. "왜 그래야 하냐고?" 욕 나올 때가 많다. 살짝 날씨와 나이탓을 해본다.

현재 블루클린에 둘째 딸 에밀리아가 살고 있다. 그녀는 루케시 베이커리에서 10년째 빵을 만들고 있다. 할머니와 아버지, 언니와 에밀리아 이렇게 빵집을 운영한다. 할머니는 에밀리아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아버지는 장모님을 모시고 몹시 조용하게 살고 있다. 언니가 4살 에밀리아가 2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로사 할머니께서 둘을 키워주셨다. 그동안 아빠는 손 빨고 있었나 싶어 많이 짜증 났다. 하지만 그중에서 에밀리아에게만 순종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착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화가 치민다. 루시가 화를 내는 이유도 안다.

이 책은 에밀리아의 이야기와 포피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포피는 에밀리아의 이모할머니로 로사 할머니의 동생이다. 그녀도 역시 둘째 딸이다. 포피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로 인해서 여행 일자가 잡혔고 에밀리아 그리고 사촌인 둘째 딸 루시 이렇게 세 사람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 곧 여든 생일을 맞는 포피 할머니와 29살 에밀리아, 21살 루시 이 세 사람은 무사히 이탈리아 여행을 끝마칠 수 있을까?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딸들 258쪽

포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마음이 울컥해진다. 1960년 - 1961년 동독 라데보일 출신이었던 리코는 그곳을 탈출했고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포피를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했지만 동독의 상황뿐만 아니라 리코 가족들의 악화된 상황으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리코는 다시 동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머나먼 곳으로 갔으나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포피 할머니는 두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길 바랐다. 이 여행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었다. 세 사람의 사랑과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포피 할머니가 살던 시절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가족들은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에서의 삶을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었고 가족을 위해서 혹은 딸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 있었다.

중간쯤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한 일이 있었다. 에밀리아는 이젠 예전처럼 '바보처럼 살았죠.'에 종지부를 찍었고 루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예전처럼 바보처럼 굴지도 않고 부쩍 어른이 되어 버린 기분이 든다. 실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로사 할머니의 등살에 여행을 못 가는 건가 싶어 걱정했고 여행을 떠나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포피 할머니의 말씀이 옳다. 무섭다고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포피 할머니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하셨다. 그 긴 세월을 어떻게 어떻게 버티어 내셨을까 싶어서 안쓰러웠다. 로사 할머니도 그런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을 터지만 가장 두려운 사람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긋나버린 일을 바로 잡는 것은 몹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 가족이니까 용서해주겠지. 용서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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