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앤솔로지 : 이상한 나라 이야기 앨리스 앤솔로지
배명은.김청귤.이서영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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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한국에서 수년간 사랑받아온 '앨리스 시리즈'를 재해석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앨리스 앤솔로지>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여러 번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책이다. 21세기 현대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토끼의 '바쁘다, 바빠"를 시작으로 언제든지 배신 모드로 들어설 자신감이 있으며, 그저 소인은 토끼라고 말한다. 그런 토끼를 미워할 수 없다. 토끼도 살기 위해서 그런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현실은 더 요상한 나라인지도 몰라서 뜬금없이 이상한 나라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생각은 떨쳐버리고 싶다. 소설 속 나라이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꿈속에서 종종 쫓기는 꿈을 꾼다. 학창 시절에 쫓기다 나락으로 휘리릭 떨어졌더라면 키가 좀 컸을까 싶었는데 죽자고 도망갔다. 뭣 때문에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뛰었을까, 그러다 깨어보면 깜깜한 어둠 속이다. 꿈속에서 뛰어도 역시 뛰는 것은 힘이 든다. 짧지만 그냥 털어버리기에는 여운이 길었다.



첫 번째 작품은 배명은 작가의 <모자 장수와 나>

두 번째 작품은 김청귤 작가의 <앨리스 인 원더랜드>

세 번째 작품은 이서영 작가의 <꿈은 항상 배신을 하니>



자 장수와 나>에서는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나는 16살 아리를 만날 수 있다. 아리는 이제 혈육이라고는 이모 하나뿐이다. 할머니는 일본놈 손에 단칼에 죽임을 당하고 이모의 부탁으로 자신을 데리러 온 김부용과 함께 펑텐으로 간다. 이모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고 그곳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한다. 일본 놈들이 독립군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할머니께서는 죽는 순간까지 두 손 모아 기도하셨다. 아마도 몹시 무서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홀로 남겨질 아리가 마음에 아리셨을 것이다. 기차에서 자신의 보따리를 훔쳐 간 요괴 '갓귀'인 모자 장수를 따라가다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향한다. 나무에서 피가 나고 일본군에 쫓기다가 이제는 마적단에게 쫓긴다. 일본놈이나 마적단 놈이나 아리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살갗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추위 속에서 그보다 더한 놈들이 쫓아와서 죽이려 든다. 어떻게든 살아내려 아리는 안간힘을 쓴다. 여기서 헛되기 죽을 순 없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일을 겪어내고 아리는 눈을 뜬다. 앞으로의 일들이 험난하기만 하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 부정적인 거 말고 좀 더 옳은 걸 선택해!" 앞서 뛰는 장수가 말했다. (70쪽)



리스 인 원더랜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근접한 작품이면서도 생각지 못한 결말로 인해 새로웠다. 소녀는 자신이 영혼 상태로 떠돌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은 아빠 때문이었다. 그러다 토끼를 만나고 알 수 없는 동굴 속으로 계속 떨어진다. 체셔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모자 장수를 만나서 여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고 있는데 왕과 여왕이 등장한다. 이제 목이 댕강댕강 잘리는 것인가. 앨리스에 나오는 여왕은 몹시 신경질적이고 사람을 마구 죽인다. 그때는 몰랐는데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역사를 보면 왕은 하나인데 부인은 여럿을 둔다. 황제의 부인은 황후이긴 하지만 그 외 여럿 첩을 둔다. 그래놓고는 여자가 문제라고 말한다. 완전히 모순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왕은 몹시 늙어서 할아버지임에도 어린 여왕을 곁에 두고 있다. 그런데 여왕을 바꿀 거라고 하다니, 감히 어디서 그런 발상을. 바로 접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디서 왈왈 짓는 것이냐고 욕하고 싶다. 결말이 흐뭇했으므로, 행복은 스스로 쟁취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 항상 배신을 하니> 열 살 남짓 먹은 소녀가 등장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서 불완전하다고 할까? 뭔가 잘 맞춰진 이 세상이 소녀는 마뜩치 않았다. 아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내가 나인데 뭐가 아니라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소녀는 곧 이런 생각조차 사라질 거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은 아이가 꿈꾸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스러운 방이였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분위기는 좋았고 tv 속에 드라마 역시 무난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녀의 가족과 닮아 있는 드라마, 드라마도 건전하고 나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생활도 뭔가 이상했다. 아이들은 같은 또래인데 자연스럽지 못했다. 소녀는 남자아이를 패고 깡패짓을 했으나, 아이들은 동요하지 않고 선생님 또한 차분했다. 말하자면 로봇인가 싶을 정도로 감정이 없었다. 다만 괜찮다고 꼭 안아주었는데 전혀 괜찮지 않았다. 소녀는 알 수 없지만 심사가 점점 꼬인다. 뭔가 상당히 잘못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지만 이 세상은 소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앨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잃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과 상황속에 놓여 있었지만 현실로 무사히 돌아온다. 우리도 현실이 쉽지 않지만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복잡하고 돌아보고 싶지 않은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앉아서 울기만 할 수는 없다. 현실은 어쩌면 잔혹 동화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튼튼하고 꿋꿋한 소녀이니까, 부디 잘 벼텨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75쪽) 책에서 굳건하게 버티어 내기를 바라는 응원을 받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어린 앨리스가 깊은 터널에 빠져서 잔혹 동화 못지 않게 상처받거나 적에게 둘러싸여 있을지 모른다. 여왕처럼 자세를 바로 하고 적에게 말해야한다. "저놈의 목을 쳐라!" 해치우고 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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