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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4월
평점 :
제인 닐과 클라라의 반가운 만남을 생각했다. 불과 며칠전의 일이였는데 제인은 싸늘하게 죽어있었고 살인사건이였다. 가마슈 경감은 살인수사반 반장임에도 여전히 변사체를 보면 놀란다. 오십대 중반의 가마슈 경감은 그런면에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매번 겪는다고 해서 그런일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싶다. 가마슈 부부는 참 사이좋은 부부다.
루이즈 페니의 작품으로 가마슈 경감 시리즈물이 꽤 나와있다. 이 작품도 2005년도 출판된 책인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는게 아쉽다. 오랜만에 글씨가 빼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권을 읽는데 알찬 느낌도 들고 주변 풍경의 표정이 살아있어서 마음에 든다. 오래만에 남는 감성이랄까.
추수감사절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고 단풍나무 숲 속에서 제인 닐이 발견되었다.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어르신이다. 읽다보면 딱히 어르신같지 않고 동네 언니같은 느낌이다. 30살 아래인 클라라와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그러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제인 닐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작품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클라라에게 자신의 그림을 공개하기로 했을때 제인 닐은 한동안 울먹였다. 그녀는 그일이 그토록 힘든일인줄 몰랐지만 제인은 기뻐서 우는 거라고 했다. 그녀의 작품 제목은 <박람회 날>이였다. 마을 박람회 날 폐막 퍼레이드를 그린 것인데 그 작품안에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그림과 제인과의 죽음이 무슨 연관인가 싶었다. 어쩌면 이 그림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게 나았던 것일까. 제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그녀가 저세상으로 갔다는게 안타까웠다.
박람회 날 그림은 흡사 뇌졸증 환자라도 된 듯하다고 표현했는데 흡사 초등학생 그림 같다고 했다. 네안데르탈인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게 좀 신기했다. 피터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했다. 한동안 쉬었다가 말이다. 반대와 찬성이 엇갈리긴 했지만 이 작품은 통과했고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전시하기로 했다. 그 안에 또 다른 감동이 숨겨져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인 닐의 또 다른 그림에서 같은 그림을 그린 사람이 맞는지 모를정도였다. 사람마다 극과 극인 부분이 있으니까.
예전 이야기라서 제인은 총에 맞아 죽은 것이 아닌 화살에 맞았다. 그리고 죽었다. 고전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이 동네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대부분 인데 서로 잘 어울러져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안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피터와 클라라는 얼핏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피터가 은근 클라라를 많이 힘들게 한다. 남들이 보기엔 잘 챙겨주는 잘생긴 남편같은 느낌이다.
제인 닐의 집은 비밀스러운 공간이였다. 그녀는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서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을 마음껏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족들은 그녀를 정신 이상자로 뛰어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