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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ㅣ 텍스트T 2
정연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백두산 천지에서
정채봉
아!
이렇게 웅장한 산은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101쪽)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열일곱살 그렇게 시에 꽂혀서 슬픔을 이겨내고 있었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제목에서 마음이 끌렸다. 외롭고 아픈 시간들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까. 뎌딘 시간들은 때론 멈춰있는 듯 하다. 엄마는 아팠고 아들은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그 뒤에 홀로서야 했던 남은 시간들을 어쩌면 좋을까. 무작정 H를 찾아갔다. H란 인물은 열일곱살인 그와 닮아 있다.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때론 많이 그리웠을 것이다. H의 정체는 생각했던 대로 엄마의 남편이였다. H는 남편으로써도 아빠로써도 그 어떤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알고보니 그에게도 사정이 있었는데. 누군가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쩌다 보니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부모님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학창시절에는 글쓰기도 잘하고 잘나갔던 그 시절에 자신때문에 부모님이 죽었다는 자책감이 컸다. 그런 아빠를 안쓰럽게 생각한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다. 아빠는 여전히 자신은 행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들을 두고 떠나가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어느날 불현듯 시가 나를 찾아왔다. 마음의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온것이다. 다행이다. 슬픔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소강상태도 없이 실시간 대기하다가 방심한 틈에 잠입해 내 존재 전체를 폭풍처럼 뒤흔든다.(138쪽) 혼자서 숨죽이며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 어디선가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하다. 슬프면 울고 자신만의 아픔을 간직한 채 혼자서 아파하지 말라고 말한다. 엄마가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슬픔을 잘 견뎌내면 더이상 슬프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 괜찮아진다. 그러다 다시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좋은날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잘 아파하고 일어나자. 세상에는 수많은 슬픔이 있다. 반짝이는 저 별들에게도 슬픔이 묻어있다. 시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발견한 너를 응원하고 싶다. 책속에 시들이 왠지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 마음의 위안을 주는 시가 있다는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시는 삶에 지쳐 있을 때
그만하면 됐다고, 툴툴 털고 일어나라고, 훈수 두지 않는다.
비좁은 가슴의 틈을 파고들어 고즈넉한 파문을 일으킨다.
매번 다른 떨림과 울림으로 위안을 준다.(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