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젤리 등으로 인한 기도폐쇄, 살릴 수 있는 방법

신속한 응급처치로 회생 가능한 기도폐쇄증
<자료출처>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한 초등학생 아이가 미니컵젤리를 먹다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 기침 후 아이는 이내 얼굴색이 파랗게 변해갔다. 말하거나 울지도 못 했다. 아이는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고(V사인) 목 부위에서는 ‘쌕쌕’거리는 심한 천명음이 났다.

지난달 13일 프로그램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뇌사상태에 빠진 뒤 11일 오후에 사망한 인기성우 장정진씨도 출연자들이 떡을 꺼내려 시도하고 인공호흡도 했지만 허사였다. 지난 2월 부산과 경북에서 2명, 지난달 수원에서 어린이 1명이 미니컵젤리를 먹다가 기도폐쇄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기도가 막힌 위급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등을 두드려 줘야 할까. 인공호흡을 해야 할까.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등을 두드리거나 인공호흡을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응급처치다. 기도가 막히면서 말을 못 하고, 숨을 쉬지 못 하며 기침도 멎은 상태에서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것은 분명한 기도폐쇄의 증상이다. 기도가 막혀있는 데 인공호흡을 실시하면 이물질을 더 깊숙이 들어가게 할 수도 있다.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0~1세의 영아에게만 해당하는 조치다. 영아의 기도 구조가 응급처치에서 구분하는 1세 이후 소아와 8세 이상의 성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복부밀쳐올리기'를 위해 구조자는 환자의 뒤에 서서 주먹을 쥔 채 엄지손가락 쪽을 환자의 배 중앙에 놓는다.(사진) 구조자는 다른 손으로 주먹쥔 손을 감싸고 환자의 배를 등쪽에서 얼굴쪽으로(L자형) 강하게 밀쳐 올린다.(사진) 구조자는 환자의 입에서 이물질이 배출됐는지 확인한다.(사진)
이 아이에게 필요한 응급처치는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이다. 이는 기도가 완전히 폐쇄됐거나 의식이 없는 환자의 복부를 압박하는 응급처치법으로 샴페인 마개를 터뜨리는 효과와 원리가 비슷하다. 우리말로 ‘복부 밀쳐 올리기’라고도 한다.

복부 밀쳐 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조하는 사람이 아이의 뒤에 선다. 구조자는 한 쪽 손을 말아서 주먹을 쥔 다음 주먹 쥔 손의 엄지손가락 쪽이 환자의 배꼽 위와 흉골 아래쪽 끝 사이의 배 중앙에 오도록 한다. 구조자는 다른 손으로 주먹 쥔 손을 감싸 쥐고 아이의 복부를 등쪽(안쪽)으로 강하게 밀쳐 올린다. 그러면 대개 이물질이 튀어 나오기 마련이다. 한 번으로 나오지 않으면 반복해서 시술하면 된다.

구조자는 배출된 이물질을 확인한 후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복부 압박으로 인한 장기의 내부손상 여부까지 확인하면 모든 조치는 끝난다.

아이가 의식을 잃어 누워있을 때에도 구조자가 환자의 무릎 쪽에 앉아 두 손을 환자의 배쪽으로 놓은 다음 선 자세와 마찬가지로 압박을 가하면 된다.

이 같은 기도폐쇄 시의 응급처치는 빠를수록 좋다. 기도가 완전히 폐쇄되면 뇌에 산소공급이 안 돼 보통 3~4분 이내에 의식을 잃고 4~6분이 지나면 뇌사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10분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명백한 뇌사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흡정지 후 응급처치 시간대별 소생률도 0분은 100%, 1분은 97%, 2분은 90%, 3분은 75%, 4분은 50%, 8~10분은 0%로 조사돼 있다.

그러나 환자가 임산부이거나 비만자라면 ‘복부 밀쳐 올리기’를 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때는 구조자가 비슷한 자세에서 환자의 복부 대신 흉부를 압박하는 ‘흉부압박법’을 실시한다.

0~1세의 영아의 경우도 응급처치가 다르다. 영아는 구조가가 한 손으로 영아의 턱과 가슴을 받친 자세에서 영아의 견갑골(어깨뼈) 사이를 5회 정도 두드려주면 된다. 아이를 한 손 위에 엎어놓은 채 다른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다. 이 때 아이를 받치지 않은 채 다리를 거꾸로 들고 등을 두드리면 아이의 대퇴부와 고관절이 탈구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혼자 음식물 등을 섭취하던 중 기도폐쇄가 발생해도 자가처치가 가능하다. 환자는 자신의 배꼽 위와 흉골 아래쪽 끝 사이의 배 중앙 부위를 등받이의자의 등받이 부근에 댄 다음 힘을 빼고 복부에 압박을 가하면 된다.

최근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쇄 응급처치’라는 논문을 쓴 광주보건대 김미선(응급구조과) 교수는 “심장박동이 멈춘 것보다 기도가 폐쇄된 환자가 더 응급환자”라며 “기도폐쇄의 경우 119 응급구조사의 손길을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일반인들도 ‘복부밀쳐올리기’처럼 쉬운 응급처치를 신속히 할 줄 알아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초등학교 5학년생(만 11세) 또래의 아이들도 응급처치 교육 전에는 90%가 환자의 등만 두드렸지만 교육 후 대부분의 아이들이 순서와 행위를 적절하게 응급처치를 잘 했다”며 “응급처치법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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