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발표 후 4번 내리고, 3번 올라

<자료출처> 부동산뱅크 네오넷


2002년과 2003년은 주택시장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시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에서는 크고 작은 대책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했다. 작년과 재작년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은 대략 8번 정도다. 과연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의 효과는 얼마나 있었을까?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가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나오기 전 한 달과 발표 후 한달간의 서울 매매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4번은 발표 후 상승률이 둔화됐고, 3번은 발표 후 오히려 가격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들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에서는 ‘1 8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 2002년 시작부터 주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유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2001년 11월 7일 실시된 ‘2002학년도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수능시험이 어렵게 나오자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으로의 학군 수요가 눈에 띄게 많아 진 것.
여기에 국토연구원이 2001년 12월 내놓은 ‘주택 토지시장 동향 및 2002년 전망’이라는 보고서도 한몫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매매값이 전국 5.8%, 서울 6.8%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언론에서 ‘내년도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연도 완화, 저금리, 정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도 2002년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다. 정부의 ‘1 8 주택시장 안정대책’에도 한 번 불붙은 집값 상승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1 8 대책’ 한 달 전 서울 매매값 상승률은 5.24%, 대책이 나온 한 달 후는 4.17%다. ‘1 8 대책’ 발표 한달 후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이촌 43평형이 1억 1,500만 원, 대치동 선경 42평형이 7,500만 원 오르는 등 강세가 여전했다. 사실상 ‘1 8대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못 한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 한달 전과 한달 후 서울지역 매매값 변동률 <단위 : %>


2003년 ‘3 6대책’ 발표, 5.77%에서 1.57%로 급락

‘1 8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자 나온 후속책이 ‘3 6 주택시장 안정대책’. ‘3 6 대책’ 한 달 전 서울지역 매매값 상승률은 5.77%였다. 그러나 ‘3 6 대책’ 실시 한 달 후 상승률은 1.57%로 급격히 낮아졌다. 수치상 대책의 효과가 뚜렸했다. ‘3 6대책’은 이전 ‘1 8대책’에 비해 비교적 알맹이가 들어 있는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분양권 전매제한, 분양권 세무조사 강화, 양도소득세 기준시가 상향조정,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후 ‘5 21 서민주거 안정대책’이 발표됐다.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상환기간 개선 등이 담겨 있었으나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2002년 여름이 되면서 다시 한번 주택시장에 태풍이 지나갔다. 정부는 ‘8 9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대응했으나 발표 한달 만에 4.9%가 올랐다. 발표 한달 전에는 3.06% 상승했다. ‘8 9대책’은 강남지역 아파트 구입자에 대한 세무조사와 양도세 기준시가 재조정, 재건축에 대한 기준과 절차 강화, 서울에서 중도금 2회 납부하고 분양 계약 후 1년이 경과해야 전매가능 등을 담고 있다.

‘8 9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국민의 정부는 한달 만에 ‘9 4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9 4대책’에는 장단기 대책이 담겨 있다. 우선 단기 대책으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최근 5년간 신규 아파트 당첨자를 청약 1순위에서 제외하고, 주택공급질서 교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 등이 담겨 있다. 또한 리모델링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판교(280만평)에 중대형 평형 위주로 2007년까지 입주시키고, 화성 동탄(273만 평)도 2002년 중 170만 평을 우선 공급키로 했다. ‘9 4 대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며 발표 한 달 전과 비교해 상승률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참여정부 ‘9 5 대책’ 효과 미비, ‘10 29대책’은 효과 1년 지속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는 크게 3가지 대책이 발표됐다. ‘5 23대책’, ‘9 5대책’, ‘10 29대책’이 그것. 참여정부 초기 집값은 안정세를 띠었으나 2003년 4월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강동구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뛰기 시작한 것.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강남구에 집중되면서 강동구와 송파구의 집값이 계속 뛰게 된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 나온 대책이 ‘5 2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다. ‘5 23대책’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및 충청권 일부지역으로 대폭 확대해 분양권 전매금지를 실시하며 투기과열지구 내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를 금지키로 했다. 또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80% 이상 시공 후 분양을 허용하는 사실상의 후분양제를 도입키로 했다. ‘5 23대책’ 발표 전 서울 매매값 상승률은 2.56%, 발표 후 한 달간 상승률은 0.89%로 시장에서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 셈.



2003년 여름 주택시장이 다시 뜨거워지면서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9 5 재건축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는다. 발표 제목에서 보듯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재건축 아파트로 보고 재건축 단지에 대책을 집중했다. ‘9 5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재건축 건립시 소형평형의무비율을 60% 이상으로 하고,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엉뚱하게 반영됐다. 소형평형의무비율이 확대되자 강남구와 양천구, 용인시, 분당 등의 대형평형 아파트가 반사 이익을 누리며 상한가를 치게 된 것. 특히 용인시 난개발 아파트의 대형 평형과 성남시의 대형 평형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된다. 결과적으로 ‘9 5대책’이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대형 평형아파트 가격만 올린 것이다. 발표 한달 후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4.17%가 오르게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참여정부는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낸다. 10월 초부터 ‘주택거래허가제’, ‘개발이익환수제’ 등 초강경책을 내세우며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드디어 ‘10 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이 나온다. ‘10 29대책’의 특징은 1단계와 2단계라는 것. 즉 1단계에서 효과가 없으면 2단계를 곧바로 실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0 29대책’ 1단계는 강북 뉴타운 사업 적극 지원, 판교, 김포, 화성, 파주 등 4개 신도시에 2009년까지 19만 호 건설, 투기과열지구를 6대광역시와 도청소재지로 확대, 300세대 미만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에 대해 무주택자 우선 공급비율을 50%에서 75%로 확대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사실 1단계까지의 대책은 기존 안정대책과 큰 차별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2단계 정책은 1년간 효과가 지속될 만큼 강력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분양시장이 과열될 기미를 보이면 전국으로 분양권 전매금지를 확대하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률이 현저히 높은 지역에 대해 ‘주택거래신고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으며, 토지 시장 불안 시 투기 방지책으로 소규모 토지거래를 허가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10 29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대책 발표 한달 후 서울지역 매매값(-1.38%)이 하락한 것은 처음. 특히 개발이익환수 방침이 알려지자 재건축 단지는 최고 1억 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2004년 들어 2월부터 주택가격이 살아나며 4월 접어들자 ‘10 29대책’ 이전 수준까지 집값이 회복된다. 그러자 정부는 4월 ‘10 29대책’ 2단계 중 하나인 ‘주택거래신고제’를 들고 나왔다. 서울 강남, 강동, 송파, 경기도 분당 등 4곳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거래 자체가 사라지면서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급랭한다. 주택거래신고제가 실시된 4월 이후 서울은 단 한차례를 제외하면 주간 매매값 변동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이후 정부의 굵직굵직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8번 가량 발표됐다. 그 중 4번은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안정됐고, 4번은 발표 전보다 오히려 더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전 후의 매매값 변동률을 분석한다면 정부 대책 발표 후 시장 반응을 미리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서치센터 양해근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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