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강남권 급매 늘고 전셋집은 남아돌아 '집값 하락세' 장기화 조짐
 


경기도 파주시 Y아파트. 1, 2단지로 나뉘어진 이 아파트는 밤마다 진풍경이 연출된다. 작년 11월 입주한 1단지(570가구)는 집집마다 켜놓은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다. 반면 인접한 2단지(510가구)는 불 켜진 집 찾기가 어렵다. 입주 4개월이 넘었지만 빈집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최근 1단지에 전세를 든 송모(39)씨는 “2단지가 맘에 들었지만, 빈집이 많아 계약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전셋집이 남아돌아 가격이 하락하는 이른바 ‘역(逆)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인천, 남양주, 용인 등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외곽지역은 새 아파트 10가구 중 4~5가구가 빈집이다. 일부에서는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잠적하는 집주인마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다(多)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앞두고 급매물이 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비(非) 강남권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평당 100만원대 전세 외환위기후 처음”

전셋집이 남아돌면서 수도권 새 아파트 단지에는 ‘초(超)저가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인천 서구 마전동, 원당동 일대 새 아파트 전셋값은 33평형이 30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부동산114 김혜현 팀장은 “인천에서 평당 100만원대 전셋값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용인 죽전·기흥읍 일대, 남양주 호평·평내, 파주 등에서도 전셋값이 연초보다 30~40% 이상 떨어진 아파트가 넘쳐난다. 남양주의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 6개월이 넘도록 60~70%씩 비어있는 단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임대차 분쟁도 급증세다. 서울시에는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하소연이 하루 100여건씩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 가정법률상담실 박예순 상담위원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은 매매값이 2년 전 전셋값을 밑돌아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행방을 감추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서울시에는 한 달에 수십건씩 이 같은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지난 4월 다가구주택에 세를 들었던 김모(35)씨는 “집주인이 마을금고에서 3억원을 대출받고 5개월째 이자를 안내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면서 “집주인은 잠적해버려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집값 하락세 비강남권 확산 조짐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도 비강남권의 일반아파트까지 번지고 있다. 내년부터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비강남권 아파트를 속속 매물로 내놓고 있기 때문.

아직까지 집값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급매물은 부쩍 늘어나는 양상이다. 금천구 독산동 주공14단지(15평형)는 지난 8월 말보다 1000만원 낮은 7000만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 상월곡동 우남아파트도 추석이 끝나면서 시세보다 500만~1000만원쯤 호가(呼價)가 내렸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강남 아파트는 세 부담이 워낙 커 쉽게 팔기 어렵다”면서 “결국 수도권이나 서울 변두리에서 급매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급매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집 값 하락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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