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성의 다양한 정의들>

<자료출처> CBS 영재교육학술원

진영이는 두 살에 스스로 글자를 터득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았다. 네 살에는 명심보감을 읽어 형에게 명심보감의 가르침을 설명해 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책을 읽으며 걷다가 신호등과 부딪쳐 상처를 입는 일이 빈번하다. 이런 진영이지만 콜라나 초콜릿을 사 주지 않으면 울며 떼를 쓴다.
다섯 살 난 대수는 과자를 먹을 때나, 장난할 때나, 모든 것을 수와 관련짓는다. 종이를 잘라서 면적과 둘레의 길이를 잰다든지, 달력의 숫자들이 아래, 위, 또는 좌우로 어떻게 잰다든지, 달력의 숫자들이 아래, 위 또는 좌우로 어떻게 줄어들고 늘어나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즐겁다. 어떤 때는 "1+1은 1이지 2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해도 물방울은 여전히 하나잖아요?"라고 말해 엄마의 애를 먹이기도 한다.
진영이와 대수는 각자 관심을 갖는 분야가 다르다. 그리고 그 분야의 기억력, 이해력, 논리적 사고력, 과제에 대한 집착력, 창의력은 남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일반 아동보다 처지는 경우도 있다.

'누가 영재인가'라는 질문에 보통은 '지능이 높은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지능에는 학문적 분야 이상의 다양한 지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영이는 여섯 살이 된 최근에서야 한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였고, 스물까지 셀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주변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따르는 친구들도 많아 학교에서는 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학문적인 지능에서는 처지지만, 사회적인 능력에서는 매우 뛰어난 것이다. 어느 분야의 능력이 더 인정을 받는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므로, 수영이 또한 판단여하에 따라서는 영재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흔히 영재란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뛰어난 성취를 하는 데 있어 지능이 유일한 결정 요인은 아니다. 지능과 함께 과제에 대한 집착력과 창의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특성과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격려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 전체 인구의 15∼20%를 영재로 보는 광범위한 정의를 수용함으로써 좀더 많은 어린이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시켜주고자 하는 경향도 여기서 기인한다.

영재에 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 과연 어느 정의를 선택하는가는 이론적이거나 학문적인 바탕에 근거한다기보다는 그 사회, 시대, 문화가 가치롭다고 여기고 우수한 사람들에게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우수한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과학 영재 교육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또한 과학 분야의 영재 교육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야의 재능이 특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자는, 영재는 과학 분야에만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영재는 어느 분야에든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영재성을 정의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재성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정의를 하는가에 따라 누가 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고 없는지가 상당히 다르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선발 방법에 따라 영재 교육의 투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거나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있고, 때로 그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데 더 많은 시일과 비용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재 교육 프로그램과 상황에 들어맞을 수 있는 이론적인 기초가 잡힌 영재의 정의는 없다. 여기에서는 영재에 관한 정의 중 미국 문부성의 정의(USOE, 1972)와 렌줄리(Joseph S. Renzulli)의 세 고리 정의, 기타 여러 학자들의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정의들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수용되고 있는 정의이면서 동시에 서로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쓰기 때문에 두 가지 정의를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1972년 미국 문부성의 정의

대부분의 미국 영재 교육 담당 교육가들은 미국 문부성이 1972년에 처음 내놓은 영재의 정의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이 정의는 각 주 정부가 제공하는 영재 교육 예산이나 각 학교 또는 교육청이 준비한 프로그램 계획시 제1장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정의로 다음과 같다.

"영재는 전문가에 의하여, 뛰어난 능력으로 훌륭한 성취를 할 것으로 판별된 아동이다. 영재들은 자신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정규 학교 프로그램 이상의 변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다.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는 아동들은 다음의 분야에서 미성취를 나타내거나 잠재 능력이 있는 아동들이다.

1. 일반지능
2. 특수 학문 적성
3. 창의적 또는 생산적 사고
4. 지도력
5. 시각적 공연 예술
6. 정신 운동 능력

미국 문부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은 점이 돋보이는 정의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일반 지능 뿐만 아니라 구체적 학문 영역과 예술 분야의 재능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둘째, 창의적·지도자적·정신 운동적 재능에도 관심을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셋째, 영재들은 '변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넷째, 영재들을 위하여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는 것을 합리화하였다. 다섯째, 영재 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으로서 영재 아동들로 하여금 자신의 높은 잠재 능력을 계발시키도록 돕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에 훈련이 잘된 창의적 지도자와 문제 해결자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섯째, 잠재 능력이 있는 자를 포함시킴으로써 이미 높은 성취를 보이지 않는 아동도 영재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1978년에 미국 의회가 영재 또는 재능 분야에서 정신 운동 능력 분야를 없애는 수정을 하였다. 그 이유는 예술적 정신 운동 능력은 공연 예술 속에 포함될 수 있고, 체육에서 뛰어난 사람들은 이미 혜택을 잘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영재 교육의 정의 속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그들의 재능을 계발시키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렌줄리의 세 고리 모델

영재 교육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지프 렌줄리는 미국 문부성이 내린 정의가 앞서 살펴본 바대로, 우수하긴 하나 세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첫째, 사회에 훌륭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 보이는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인 성취 동기를 소홀히 한다. 둘째, 제시된 영재성이 나타나는 분야들이 서로 배탁적이거나 독립적이지 않다. 셋째, 이 정의를 사용하는 교육자들은 영재의 정의를 분야별로 정해 놓고도, 실제로 영재를 판별할 때는 일반적으로 측정하기 쉬운 지능 또는 학교 성적만을 이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렌줄리 교수는 높은 창의성, 높은 과제 집착력, (대단히 높을 필요는 없는)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의 세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을 영재라고 정의하였다. 이 세 가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평균이상의 지적 능력 : 일반적으로는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지적 능력 면에서 매우 뛰어났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는 평균 이상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하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학생으로서의 학업 성취 정도와 성인으로서의 성취 정도 사이에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상관이 낮다는 보고가 많이 있다. 왈라(Wallach)나 호이트(Hoyt)의 학문적인 성공과 졸업 후의 성취 간에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보고에서 보듯이, 지능검사와 같은 표준화 검사에서 평균 이상의 결과를 얻은 사람은 누구나 영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창의성 : 창의성의 개념은 다양하지만 '새로움에 이르게 하는 개인의 사고 관련 특성'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겠다. 창의성은 분명히 영재 개념의 주요 부분이지만, 이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아직까지 많은 문제가 있다. 길포드(Guilford)가 제안한 확산적 사고는 창의적 특성이기는 하나, 이를 창의성 검사로 측정한 후 해석하는 데는 주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창의적 업적에 대한 자기 보고 방식, 창의적 업적의 분석 방식을 창의성 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적절한 것으로 제안한 학자들이 있다.

·과제집착력 : 이는 어떤 한 가지 과제나 영역에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힘을 일컫는다. 터먼(Terman)은 과제에 대한 열정이 영재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였다. 갈턴(Galton)은 "타고난 능력은 명성에 이르게 하는 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열정없는 능력이나 능력없는 열정은 생각할 수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과제집착력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영재에 관한 기념비적 연구를 한 터먼은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비지적(非知的)요인을 탐색하기 위하여, 영재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자와 가장 실패한 자를 각각 1백50명씩 선정하여 면밀히 분석한 끝에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성격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즉 양 집단에서 가장 현저한 차이를 보인 성격 요인은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력, 통합력 및 자신감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전통적인 검사나 성적에 의해서 추정된 학업 능력만으로는 영재의 특성을 규정하기 힘들며, 비지적 요인인 일에 대한 집착력이 오히려 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렌줄리에 의하면 영재이기 위해서 이 세 가지 특성 모두가 뛰어날 필요는 없다. 각 특성이 적어도 상위 15%이내여야 하고, 그 중 한 요인에서는 적어도 상위 2%이내에 속하는 사람을 영재라고 본다.

3) 그 외 영재성의 정의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타넨바움(Tannenbaum)은 "아동에게 있어서의 영재성은 삶의 도덕적·육체적·정서적·사회적·지적·심리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생산하거나 수행할 결정적인 잠재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여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주로 잠재능력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이런 잠재성이 계발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서 다섯 가지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다섯 가지 요인은 우수한 일반 지능, 특별히 뛰어난 특수 적성, 비지적인 촉진제, 환경의 영향, 행운이다. 이 다섯 가지 요인이 오묘하게 합쳐져 특출한 수행을 낳게 된다고 하였다. 이 정의에서 성인으로서 훌륭한 성취를 하는 데에는 렌줄 리가 제시한 요인들 외에 환경의 영향과 행운이 더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교육적인 노력만으로 영재로 판별된 아동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성취를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회 심리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타넨바움은 재능을 크게 희귀 재능, 잉여 재능, 할당된 재능, 알려지지 않은 재능의 네 분야로 구분하였다. 첫째, 희귀한 재능은 주어진 분야에서 주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대단히 창의적인 사람들로 구성된다. 둘째, 남아돌아가는 재능은 주로 예술분야로서 우리 사회의 환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셋째, 각 분야별로 할당된 재능은 전통적인 직업을 포함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특수 고급 기능을 말한다. 넷째, 잘 알려지지 않은 재능에는 실용적인 재능(예:요리, 정원 가꾸기 등), 즐거움을 주는 재능, 더 이상 쓸모없는 재능(예:석공),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재능(예:각종 범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대개 우리는 보통 사회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분야의 재능만을 고려하여 영재성을 논하는 경우가 많으나, 타넨바움은 사회 문화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능력 면에서 남보다 더 뛰어난 경우는 모두 재능으로 분류하였다.

지능을 인간의 신경체계에 근거를 두어 분류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제시된 이론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이론 중의 하나로 하버드 대학 가드너의 중다 지능 이론이 있다. 가드너는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으면서도 비교적 독립적인 문제해결 기능 일곱 종류를 찾아냈다. 각 지능은 인간의 신경 체계의 특정 부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바보 천재, 또는 신동들이 주로 나타내는 재능들, 독특한 발달사, 진화의 역사, 실험 심리학적 과제가 제공하는 증거, 심리 측정에서 나타나는 증거 등으로 더 확실해졌다. 가드너가 제시한 일곱 가지의 독립적인 지능은 언어, 음악, 논리 수학, 공간, 육체 운동, 개인 내적, 인간 사이의 (사회적) 지능으로 나누어진다. 각 분야별 지능은 다른 분야의 지능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그 발달도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가드너의 중다 지능 이론은 영재성이 일곱 가지 독립적인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퍼듀 대학의 펠더슨 교수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영재성에 관한 정의를 대폭 수정해 왔다. 초기에는, 특출한 재능과 능력, 뛰어난 동기, 독특한 자아 개념과 지각적 특성, 고급 창의력으로 영재성이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재능과 능력은 다양하여 학문적·예술적인 것부터 사회적이고 직업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다고 하였다(1985년). 그러나 이 모델은 곧 수정되어 영재성은 네 가지의 주요 요소, 즉 일반 지능, 긍정적인 자아 개념, 성취 동기, 재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제시하였다(1986년).

미국 예일 대학의 스턴버그는 영재성의 형태는 다양하며, 영재성을 창의성, 지능, 동기를 모두 포괄하는 사건이나 개념보다도 좀더 광범위한 것으로 본다(1986년).
스턴버그의 동료인 데이비슨(1986년)은 스턴버그의 이론에서 제시된 개념을 빌려 영재성을 '통찰력'이라고 정의하였다. 통찰력은 선택적 부호화, 선택적 조합, 선택적 비교의 세 가지 심리적 과정으로 구성된다. 영재와 일반 아동 간에는 통찰력 문제를 해결하는 점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영재성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정의들 사이에 가장 공통된 점은 능력이라는 개념을 대부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어떤 정의에서는 지적 영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유형의 영재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는 이미 그 정의 속에 지적 능력만을 영재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일부 정의에서는 각 분야의 다양한 영재성을 모두 열거하기도 한다.

능력과는 관계없는 비지적 요소들을 영재의 정의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비지적 요소에는 성격, 자아 개념, 과제 집착력, 비지적 촉진제, 행운 등이 있다. 일부는 잠재 능력을 정의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1%라는 매우 적은 비율을 포함시키는가 하면, 어떤 정의에는 15∼20%의 높은 비율을 지적하기도 한다.

여러 정의들을 종합하여 보면, 영재성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계발된 것이라기보다는 환경의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인하여 비체계적으로 발달된 특정 적성 분야에서의 능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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