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위인전 되레 '해' 될수도

[한겨레] ■ 버려야 할 고정관념들

어린이 책에도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단지 자녀에게 책을 사주고 말아서는 안된다.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책에 잘못된 내용이 있어도 부모가 바로잡아 줄 수 있다.

무작정 책 읽기에만 매달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부모가 좋은 책을 선별해서 자신도 읽고 자녀에게도 읽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1. 세계명작을 꼭 읽혀야 할까?
<톰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15소년 표류기> <보물섬> 등 세계명작으로 꼽히는 책들은 주로 식민지 지배·개척 시대인 18~19세기 서양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런 책들은 아이의들 잠재의식 속에 지배 욕구나 소유욕, 백인과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 등을 알게 모르게 심어 줄 위험이 있다. <비밀의 화원> <작은 아씨들> 등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들은 가정적 복종을 강조한다.

2. 위인전을 읽으면 반드시 도움이 될까?
위인들은 어린 시절에도 나이답지 않게 용감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개구쟁이였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위인들의 이런 속성을 쉽게 알아차린다. 자녀에게 바른 인생관을 길러 주려면, 꼭 위대하거나 유명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가치관을 바르게 세우고 곧게 살았던 인물이야기를 읽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3. 전집 한 질쯤은 꼭 독파해야 할까?
서가에 가지런히 꼽혀 있는 책들이 오히려 자녀에게 심적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전집이라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책이 다 유익한 것은 아니다. 전집은 주로 방문판매를 통해 구입하게 되는데, 이는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4. 축약본을 읽히는 것이 유익할까?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들은 자녀가 ‘명작 다이제스트’ 류의 책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줄거리만 적어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자녀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보다 더 좋은 일은 한 권의 책이라도 그 안에 푹 빠져서 완전히 이해하도록 제대로 읽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지식 습득이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도움말: 어린이도서연구회 변지애 사무총장> 신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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