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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언제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르면 가장 먼저 추리,스릴러,호러가 꽂혀있는 책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거기에 어디서 들어본 듯한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명과, 분홍빛의 예쁘장한 표지, 신비함이 감도는 제목까지 눈에 확 띄는 <소문의 여자>가 있었고 당연히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가벼운 도서가 읽고 싶어서 손에 집어들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선택을 후회했다. 가벼운 문체에 그렇지 않은 내용으로 심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사회의 악이란 악은 모조리 불러내 작품 속에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이다.
-일단 오해가 생기기전에 덧붙이자면, 이 소설이 별로여서 후회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스토리 구성 방식 등 감탄을 자아내는 요소가 정말 많았다. 그러나 가벼운 글을 읽고 싶어서 들었는데 가볍지 않아서, 소설 속에 담긴 추악함 때문에 온 몸에 발진이 일어나듯 답답하고 간지러운 마음이 들어 후회스러운 것이다. <소문의 여자>를 두고 이야기하자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소설이 또 엄청 심오하다거나, 난해하다거나, 읽기 어렵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쉽게 읽히며 가볍운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혐오스러운 소설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소문의 여자>는 어떤 소설인가하면.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10편 모두 미유키라는 마성의 여성이 등장한다. 좁은 지방 사회에서 그녀는 여러 의혹과 소문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그녀에 대해 숙덕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지막 장으로 다가갈 수록 10편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 되며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되는 이야기다. 미유키라는 여성은 어떤 사람인지, 마지막 결말은 어떻게 될지 호기심이 샘솟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혐오감이 생겨 인상이 쓰이고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우선 거침없는 작가의 문체와 망설임 없는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작가 특유의 문체와 표현이라기 보다는 그런 내용의 글을 써서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여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뒤에서 쉽게 흘리는 말들, 지방도시의 비리와 부패 같은 것들이 거침없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종합 되어 추악함이 가득 담긴 소설 한 권이 탄생한 것이다.
-<소문의 여자>를 읽으면서 혐오감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부정과 이렇게 익숙한 부정들의 조합이면 혐오감과 사회에 대한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자들에게는 저들만의 이유가 있다. 저자는 심지어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인가’하는 질문을 독자에게 떠넘기고 붓을 내려 놓는다. 그 누구도 나쁘지 않고, 그 누구도 좋지 않은 개인의 사상에따라 정해지는 현실을 마지막까지 책에 꾹꾹 담아둔 것이다. 정말- 지독한 작가다.
-현실을 그대로 담아둬서 혐오감이 드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꽤 용기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싶지 않은 장면들과 듣고싶지 않은 말들이 가득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