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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즐겁게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허유정 지음 / 뜻밖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면서 환경에 관심이 조금씩 커져갔다. 사실 자연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자연 속 동물들도 생각해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었고, 실제로 온갖 질병과 싸우는 아이들이나 기아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터전을 잃고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과 펭귄들, 배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찬 채 죽어간 갈매기,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받던 거북이, 작은 수영장에서 쓸쓸히 죽어간 돌고래 들이었다. 인간으로 하여금 저 죄 없는 생명체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생각하면 절로 부끄러워졌고, 모두가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할 때 나 혼자라도, 나같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틀림없이 조금의 변화는 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는 절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휴지는 조금씩 사용하고, 샤워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쓸데없는 전기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했다. 내 나름 지구를 생각하는 방법이었는데, 나는 조금도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아니 부끄럽게도 관심이 없었다. 이 사실을 뜻밖의 신작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책. 사실 처음에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책인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게 되었는데(나는 굉장한 맥시멈라이프를 살고있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환경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고 우리가 편리함에 못이겨 사용하던 많은 물건들은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었다. 환경과 더불어 우리 자신에게도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정말로 지구의 인내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 나는 아주 사소한 것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다 우연히 ‘제로웨이스트’ 라는 에코 운동을 알게 되었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미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세계에는 따뜻한 선의가 가득해 보였다. -42p” 라는 생각을 하며 멋있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제야 자신이 신경쓰지 않았던 환경 문제가 피부로 느껴지게 되고,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제로웨이스트. 완벽하진 않지만, 나 하나 노력한다고 세상이 좋아지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지구를 위해 생활을 바꿔 나가면, 한 명 두 명이 모여 천 명이 된다면 분명 변화는 있을 것이라 믿으며 쓰레기 줄이는 삶을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부끄러운 마음이 샘솓는다. 독자가 “쟤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길 바란다는 저자야 말로 얼마나 따듯한 선의를 가지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몰라서’ 선택하지 못했던 불편함. 저자가 알려주는 제로웨이스트 팁을 보고나면 생각보다 가까이에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고 놀라게 된다.
-환경을 생각하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새로 태어나는 파릇하고 부드럽고 따듯한 아이들을 바라보면 미안함이 느껴지고, 고통 속에 죽어가는 동물들을 바라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제로웨이스트라는 운동이 있는지도 몰랐고) 나처럼 불편함을 선택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불편함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참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을 듣다보면 독자는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완벽한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주눅이 들지만, 자신도 완벽하지 않지만 노력한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용기가 생기게 된다. 나도 조금씩 더 많은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한다. 지금의 나는 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서 어쩔 수 없는 쓰레기들이 생기겠지만, 물건을 살 때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오래 사용할 것으로 고르고, 이미 구입한 물건을 꽉꽉 채워서 사용하고 버리려고 한다. 섬유유연제를 그만 사용하고, 샴푸바를 구입하고, 나무 칫솔로 바꾸고, 천연 수세미로 바꾸려고 한다. (물론 칫솔과 수세미도 꽉꽉 채워서 사용한 후 버리고) 저자가 용기를 내서 알려준 팁들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보려고 한다. 혹여나 저자가 나의 글을 읽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저자의 선한 영향력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용기를 주면서 멀리 퍼져 나갈 것이라고. 이 책이 왜 이제서야 출간 되었는지 얄궂기만 하다. (tmi지만 일회용 생리대는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다. 부정출혈이 많아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쉬는 몸이라 천 생리대 사용이 너무 힘들다. (왠지 핑계대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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