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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리커버가 출시되었길래 바로 구입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나 리커버가 나오면 바로바로 알고 구입했었는데 출시된지 거의 일년이 다 되어 알았을 정도면 최근에 정말 책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구나 싶어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일도 취미도 잘 챙기는 한 해를 보내자는 다짐을 했다.
아무튼 에쿠니 가오리 시리즈는 책의 사이즈랑 재질이 통일감 있어서 좋았는데 최근 신작들은 반양장으로 출시 되어서 통일감을 주기 위해 리커버 출판을 한게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추리를 해본다. 리커버판의 감성적인 표지 디자인이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과 잘 맞아서 마음에 쏙 든다. 깨알같이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과 함께 여러가지 암시를 하는듯한 알쏭달쏭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주머니 입니다.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 합니다. -작가의 말 중”
9년 전에 읽었던 책이고, 번역 출간은 20년이 다 된 도서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무려 20년이나 된 소설책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2,30대인 우리의 삶이 담겨져 있어서 놀랐다. 사랑과 삶에 어쩌질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이 깊게 투영되어 있어서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진한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물론 돌아갈 장소를 잃는 것이었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중”
사랑에 빠졌거나 빠졌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들이다. 우리는 모두들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결혼을 한 후에 운명적인 만남이 생길 수도 있고,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가슴아픈 사랑도 외로운 사랑도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행복하고 잘 맞는 사랑도 있다. 이미 사랑에 빠졌다면 그건 우리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사랑에 빠지기 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중”
우리는 엄청난 슬픔과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덤덤히 혹은 그런 것 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삶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서. 집에서 엉엉 울다가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지는 혹은 지켜야만 하는 일상. 어쩌면 가면을 쓰는 것이 일상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2,30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 그리고 정보의 홍수시대에 더욱 혼란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쉽사리 사랑에 빠지지도 못하고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면 되려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일상도 그렇다. 꿈과 현실 일과 사생활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타인의 일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행복에서 나의 불행과 마주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해보일지언정 혼자만의 슬픔을 가지고 있고, 행복해보이기 때문에 더욱 쓸쓸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시대다.
-이런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과 닮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지금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다시 읽으니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맞아 삶이 그렇지,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다들 그럼에도 살아가는구나, 그래 이런게 일상이지 같은 말들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에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청아한 문체가 감성을 더해주면서 이야기가 더욱 깊숙이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지만 그럼에도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여성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