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불친절한 소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어쩐지 익숙한 책이 보이기에 별 생각없이 선택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아마도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 인친님의 리뷰를 본게 아닌가 싶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익숙하기 때문에 막연히 ‘재미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 오래도 걸렸다. 손이 안가서 자꾸만 띄엄띄엄 읽으니 더 손니 안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다 겨우겨우 끝마쳤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해야 한다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소설˝이라고 고민없이 말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왜 이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화가 나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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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전혀 모르겠으며(그런게 있기는 할까?) 세계관 자체가 터무니없는데(어린아이이기에 가능한 내용이 어린아이가 하기엔 터무니없는 일들을 일으키며 이어진다) 이게 또 독자가 책의 흐름에 맞춰 자연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강요한다. 마치 어쩔거야? 내가 이렇다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또, 스토리를 질질 끌다가 정말이지 갑자기 ˝사실은 이거야 몰랐지? 더 얘기하긴 좀 귀찮아서 여기까지만 할래˝하고 끝내버린다. 무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몇몇 던져진 힌트나 복선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속임수일 뿐이었고, 갑자기 혼자 질렸다는 듯이 끝내버리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까지 악평을 쓰는게 이런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드문편인데. 스토리, 전개방식, 세계관, 결말 다 그냥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이정도로 독자에게 불친절한 소설은 정말이지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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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그래도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를 내용이다. 이 한 마디로 제멋대로인 소설 전체가 납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흠 그래서 주인공도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온 거구나‘하고 조금은 용서가 됐다.(아마도) ˝실패를 모두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전부 돌이키려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어제는 이런 걸 했다. 오늘은 이런 걸 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보고 싶지 않은 건 보지 않도록 하고, 보고 싶은건 확실하게 기억하면서요.˝ 라며 정곡을 찌르는데 계속 화만 낼 수도 없었다. 지지부진하게 읽혀서 더 화가 난 걸 수도 있고..

선과 악을 뒤집다! [헨치]

[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시월이일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헨치> 무려 분권이 되어 있어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 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2권을 읽을 때에는 잠도 못자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이 소설은 히어로물이면서 동시에 네러티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세상의 선과 악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고발하기도 한다. 그것도 재미있게. 우리의 관념을 뒤흔들면서 뜻밖의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악당들에게 온 마음을 빼앗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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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세상을 지키는 시대. 히어로가 존재하려면 당연히 악당도 존재해야 한다. 일반 사람과 히어로, 악당의 밑에서 일하는 헨치들로 사람들이 구분되는 시대에 주인공은 오늘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일자리 알선 센터로 발걸음을 향한다. 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헨치>는 초반에는 이 소설의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단단히 주입시킨 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히어로물이라면 아무리 마블이어도 ‘말도 안 돼, 영화라서 가능한 이야기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데, 나탈리는 독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라 ‘있을 법 한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설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먼저 사라진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극적이지는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SNS를 통해 복수한다는 설정까지 지극히 현실적이다. 게다가 헨치이지만 평범한 사무직, 혹은 자택근무를 선호하던 주인공이 조금씩 현장에 나가서 일하게 된다는 설정은 히어로물에서 빠지지 않는 성장 스토리라 독자들의 흥미를 이끈다. 다른점은 이 주인공이 히어로가 아니라 악당이라는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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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헨치>가 특별한 점은 이부분이다. 악당은 나쁘고 히어로는 착하다 라는 기존의 관념을 저자는 과감하게 산산히 부숴버린다. 누구나 모두 감정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라는 전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선하다는 것은 ‘이미지‘로, 누군가가 인터넷으로 어느 한 사람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얼마전에 읽었던 <네러티브 뉴스>에서 인터넷에 의해 이미지가 나빠진 트럼프 대통령의 예를 이미 봤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는 자신의 부모를 찌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속에 살아오는 평생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금전적인 탈취를 당해온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이야기 할까? 아마도 우리는 ‘당해도 싸다‘ 라거나 ‘이해가 된다‘라며 그를 단번에 악에서 선으로 바꿔버릴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은 우리의 관념이며 만들어진 것이고, 인터넷으로 그것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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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운데 사회적인 문제랄까, 아이러니한 부분을 콕 집는 바람에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금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을 해볼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일단 무엇보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다. 정말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지 미스터리의 정석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연속으로 감동소설을 듣기는 조금 뭐해서 살짝 발랄한 느낌의 책을 듣고 싶기도 했고, 처음 출간 되었을 때 부터 궁금하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선택했다. 출간당시 각종 에스엔에스에서 핫했던 기억이 있기에 호기심을 품고 듣기 시작했다. 내가 원했던 ‘발랄한‘ 것 같다는 느낌은 일단 딱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듣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원래 청소할 때만 오디오북을 들었는데, 이 작품은 청소할 때도 걸을 때도 시도때도 없이 귀에 꽂고 있었다. 정말로 멈출 수가 없었다. 코지 미스터리의 정석 그자체. 심지어 굉장히 재미있다.



-드라마 작가님이라 그런지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그런지 톡톡 튀는게 꼭 죽은 생선만 보다가 살아있는 생선을 보는 느낌이었다. 종이책으로는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마치 오디오북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글이랄까? 거기에 성우분의 맛깔스러 연기까지 더해지니 한 편의 드라마에서 더 나아가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정도였냐면,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계속 징얼거리는 주인공이 꼴보기 싫을 정도였다. 정말로.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주인공이 정말 밉상이었는데도 중독 된 것처럼 멈추지 못하고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기도 했다는 말이다. 시골중의 시골에 유배된 주인공과 그 마을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에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의문의 인물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두 가지 재미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과거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과 새로운 사건에 대한 암시에 뒷페이지가 궁금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말 그대로 탐독을 하게 된다.



-중간중간 개그포인트까지 있어서 밝고 재미있으면서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걸 풀어가는 과정,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어둠의 기운까지. 딱 내가 원했던 분위기였다.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사실에 경악을 하게 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독자들은 언제나 통쾌한 결말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통 추리문학의 정석 [침입자]

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매번 신작이 나올 때마다 바로 선물로 한 권씩 보내주시는 위북 대표님 덕분에 따끈따끈하게 손에 쥐게 된 <침입자> 고전 일본 문학 쪽으로 출판사 이미지를 잡고 계시는지 최근 작품들은 전부 일본 고전. 거기에 단편집.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들만 쏙쏙 골라 뽑으시니 마찬가지로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위북..! 출판사 편애는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아무튼 숙제도 끝났겠다 책태기도 거의 다 사라져가겠다 이전에 <넷이 있었다>를 다 읽자마자 신나게 손에 집어들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아서코난도일의 작품을 읽는 듯 고전적인 향이 짙게 나면서도 현대적인, 어쩌면 현대인들도 쉬이 풀지 못할 현실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트릭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읽었다. 한 편 한 편이 모두 주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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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굴귀> 탄굴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에 한 사람이 남아 있는데도 굴을 닫아버린다. 그런데 그때 굴을 닫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피해자는 모두 혼자 있을 때 공격을 받았다.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 단정하고 용의자들을 조사하는데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는 계속해서 생겨나는데.

<추운 밤이 걷히고> 어느 눈내리는 밤 일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이가 사라졌다. 창문 밖 눈길에 남은 스키자국을 급하게 따라가봤지만 중간에 감쪽같이 사라진 스키자국! 범인과 아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침입자> 조용한 숲 속 펜션에서 사람이 죽었다! 남쪽 방에서 죽은 사람은 동쪽방에서만 보이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살인자가 동쪽에서 남쪽으로 시신을 옮겼을 것으로 추측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백요>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차량이 피해자를 차에 싣고 도주 차량을 뒤쫒는다. 그러나 출입구가 단 하나인 도로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차량. 그러던 중 추가로 발견 된 한 건의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이며, 차량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꼭두각시 재판> 묘한 여인이 세 번이나 재판에 증인으로 출두해 증거 없는 증언을 대며 사건을 좌우하는 것을 목격한 한 변호사는 의아해하게되고, 그 뒤를 조사하지만 그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는 단순히 재판에 자주 출두할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세 명의 미치광이> 세 명의 환자만 남은 정신병원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뇌가 사라진채 발견 된 의사. 도주한 환자들. 도시는 비상사태에 빠졌다. 경찰은 환자들의 심리를 잘 알 수 있는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열정적으로 도와주던 의사는 이 사건의 수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긴자 유령> 카페에서 여러명이 반대편 2층집에서 벌어지는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긴급 출동한 경찰에게 목격자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곧이어 사건 현장으로 들어간 경찰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살인자로 야기 된 사람이 살해 된 사람보다 먼저 죽어있는 것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어떻게 된 일일까.

<움직이지 않는 고래 떼> 1년 전 침몰한 배의 포수가 살아서 돌아왔다가 살해당한다. 놀라운 사실에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은 놀라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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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이번 위북의 신작은 꼭 읽어봐야 한다. 정통 추리문학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또한 짙은 고전의 향과 현대 추리물에서도 만나기 힘든 과학적이면서 심플한 트릭을 맛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편이기 때문에 더욱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작품이기도하다. 게다가 단편이 쓰기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게 알찬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만하다. 구구절절 긴 말을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딱 한 편만 읽어봐도 모두 느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슬픔과 따스함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한 사람들]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일단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덕후라는 말 먼저 하고 싶다. 아무래도 사심이 듬뿍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아무튼 이전에 <이솝우화>를 듣고나니 잔잔한 장르도 의외로 듣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밀리의서재에 내사랑 배크만의 작품이 오디오북으로 있길래 고민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성우분이 한 분 인것 같은데도, 굉장히 꽉찬 낭독과 풍부한 연기로 조금도 밍밍하지 않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각각의 캐릭터의 포인트를 잘 살린 듯한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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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뭐라고 했더라, 프레드릭 배크만은 다정한 작가라고 했던가. 그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한결같은 따스함이 기다리고 있다가 온 몸을 감싸준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기만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그런 면모와 위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야기를 앞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뒤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독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는데 다소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파트를 잘 나눠서 적절한 감동을 준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다시 한 번 그에게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옮긴이의 말을 들을 때에도 공감이 되어서 얼마나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는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을 중점으로 따스한 이야기를 펼쳤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 각자의 고통과 슬픔. 평범한 하루 속의 사건. 누군가에게는 평온하지 않은 나날들. 그 속에서 위로와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길고 정신없는 이야기가 완성 된 동시에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에 온 마음이 저절로 따스해진다. 어찌보면 정신없는 전개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의 삶과 퍽이나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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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을 읽기 전에는 심호흡을 해야 된다. 감동을 주려고 노린 부분이 아닌, 별 것 아닌, 스치고 지나가는 의외의 장면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잊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읽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나를 울게 만든다는 걸. 덕분에 오디오북을 듣는 12시간 내내 웃다가 울다가 감정 배출을 아주 그냥 시원하게 했다. 오디오북은 묵혀둔 감정을 배출하기도 참 좋다는걸 이렇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