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덕후라는 말 먼저 하고 싶다. 아무래도 사심이 듬뿍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아무튼 이전에 <이솝우화>를 듣고나니 잔잔한 장르도 의외로 듣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밀리의서재에 내사랑 배크만의 작품이 오디오북으로 있길래 고민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성우분이 한 분 인것 같은데도, 굉장히 꽉찬 낭독과 풍부한 연기로 조금도 밍밍하지 않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각각의 캐릭터의 포인트를 잘 살린 듯한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예전에 내가 뭐라고 했더라, 프레드릭 배크만은 다정한 작가라고 했던가. 그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한결같은 따스함이 기다리고 있다가 온 몸을 감싸준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기만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그런 면모와 위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야기를 앞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뒤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독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는데 다소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파트를 잘 나눠서 적절한 감동을 준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다시 한 번 그에게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옮긴이의 말을 들을 때에도 공감이 되어서 얼마나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는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을 중점으로 따스한 이야기를 펼쳤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 각자의 고통과 슬픔. 평범한 하루 속의 사건. 누군가에게는 평온하지 않은 나날들. 그 속에서 위로와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길고 정신없는 이야기가 완성 된 동시에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에 온 마음이 저절로 따스해진다. 어찌보면 정신없는 전개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의 삶과 퍽이나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이 작가의 글을 읽기 전에는 심호흡을 해야 된다. 감동을 주려고 노린 부분이 아닌, 별 것 아닌, 스치고 지나가는 의외의 장면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잊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읽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나를 울게 만든다는 걸. 덕분에 오디오북을 듣는 12시간 내내 웃다가 울다가 감정 배출을 아주 그냥 시원하게 했다. 오디오북은 묵혀둔 감정을 배출하기도 참 좋다는걸 이렇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