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은 아무리 약은척 해도 어리숙하고 고지식한면이 있어서
여자아이들처럼 약지를 못한것 같다.
오늘 급식 도우미라서 학교에 갔다.
청소 다하고 끝나려는데 선생님이 부르신다.
"재진 어머니..지난 토요일에 어디 가셨었어요?"
순간 당황..무엇을 물어보시는지..
"시댁에 다녀왔는데요..제사라서.."
"낮에 집에 없으셨어요?"
"아니요"
아...낮에..
재진이가 12시전에 집에 왔었다. 토요일이라도 12시30분은 되야 오는데..
배가 아파서 실수를 했다는데..
바지와 팬티가 똥투성이다..ㅠ.ㅠ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고 학교에 다시 간다고 가방을 맨다.
남편과 나는 "학교에 안가도 될것 같아. 집에 있다 시골 가자" 했지만
재진이는 학교에 갔다.
맘편한 부부는 아이가 화장실에서 실수했나 보다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놀리면 어쩌냐 걱정을 했지만 30분 정도 후에 기운차게 돌아왔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설명은..
아이가 쉬는시간에 실수를 했는지 재진이반에서부터 복도를 따라서 질질 똥을 흘렸단다..ㅠ.ㅠ
화장실 가는 길에 똥이 나왔는지 복도에 실수를 하고는 안그런척 시치미를 뗐다고..
이런 무식한 놈...
일이 커지자 선생님은 누가 그런건지 찾게 되고 옆반들도 난리가 났다고..
문제는 재진이가 금방 자수를 안해서 옆반에도 누가 그런건지 찾게 되고..
(아이도 놀라고 무서워서 거짓말을 했나보다..ㅠ.ㅠ)
특히 결벽증이 있는 1학년 몇반 담임은 아이들 하나하나 다 검사를 했다고..
이렇게 이층에 위치한 5개반이 다 뒤집어 난 사건을 엄마는 모른척 했으니..
선생님은 속으로 욕을 했겠지..
마지막 덧붙임..자신은 그렇다고 해도 옆반 선생님들이 고무장갑 끼고 대청소를 하셨단다..
복도에 똥이 떨어졌으니..ㅠ.ㅠ
내가 미치겠다..
재진이를 독립적으로 키운답시고 혼자 해결하게끔 강요한것은 아닌지..
토요일도 보통 엄마라면 다시 안보내는것이 정상이 아닌가?
담임선생님은 재진이가 다시 학교 와서 엄마가 집에 없었는줄 알았단다.
다시 안보낼것을...
그리고 엄마가 집에 있었다면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거나 학교로 같이 올줄 알았다는식으로
말을하신다.(선생님이 전화 좀 하시지..ㅠ.ㅠ)
내가 이상한 엄마구나..
결국 오늘 2학년 선생님들 회의겸 담소시간에 간식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3시부터라는데..학교에서 집에 오니 1시20분..
선생님에게 그 아야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ㅠ.ㅠ
하지만 맘을 다잡고 당장 떡집에 가서 떡 사고 수박 한통 배달 예약하고..음료수도 사고..
메론,키위,방울 토마토,포도(아 비싸다..ㅠ.ㅠ) 사서 집에 와서 잘 깎고 씻어서
두통에 예쁘게 담고 세시에 학교로 갔다.
배달 시킨 아저씨와 만난서 선생님들이 계신 교실로 가서 인사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6명중 3분이 작년에 학교운영위원을 해서 아는 선생님들이라서..
웃으면서 사정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제일 고생하신 옆반 선생님은 교장실 회의에 갔다니..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고 인사를 전했다.
떡도 많이 사가서 한팩만 뜯고..과일도 한통만 먹고..
나머지는 조금후에 교장선생님과 전체회의(?) 때 먹겠다니..
울아들의 행실과 내이름이 또 한번 들먹거릴걸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