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는 다는 건, 그 안에서 또 다른 책들과의 만남이..나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우선은..










"한번은 이미 지나간 일과 관련된 성적 질투, 그리고 아내의 과거에 대한 남편의 강박적 집착에 관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거의 40년이 지난 뒤 자기 친구 하나가 비슷한 심리적 병에 걸린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친구가 해주었다. 나는 친구가 그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 뒤 한마디 했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하고 비슷하네.그 사람이 그걸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군"/232쪽










"지미 잭 러셀이 몇 달 전에 죽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이스마일 카다레가 그 뒤를 따랐다- 아직 노벨상을 타지 못했는데"/256쪽










'노벨상'에 혹 해서..검색해보고는, 놀랐다.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는데,출간된 책들이 많아서.. 우선 호기심 가는 제목부터 골라 리스트에 담아 놓았다. 프루스트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도 즐거웠던 건..코로나 시절 프루스트의 잃어버린..을 재독했기 때문이다. 책을 마무리할 즈음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면서..그러나 코로나는 프루스트를 끝낼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더랬다. 이건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사실이다. 

재미나게 읽었으나, 작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존 르카레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책들도 다시 읽어 보고 싶은데,우선 이스마일 카다레의 책부터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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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죽음과 일찍 마주했던 경험 덕분(?)이란

아이러니...^^

늘 지혜롭고 은근한 헨리 제임스의 표현은 이런 식이었다.
1892년 제임스는 고인이 된 친구 제임스 러셀 로월을 기억하며 죽움의 효과 가운데 하나가 알던 사람의 "주름을 펴주는" 것이라고 썼다. "기억에 담긴 인물의 모습은 압축되고 강화된다. 우연적 사건들은 떨어져 나가고 그늘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 모습은 무리 지은 많은 가능성을 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몇 가지 높이 평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준다"/245~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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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괴담>을 읽으면서 궁금했더랬다. 카레와 커피의 조합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오롯이 커피맛을 음미하기 위해 빵도 함께 먹지 않는 지인도 있는데, 커피와 카레라니..너무 낯선 조합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더랬는데.. 오래가지 않아 궁금했던 비밀이 풀렸다.









"1920년대에 가벼운 식사나 음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찻집인 킷사텐이 등장하면서 준킷사는 '술이나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순수한 킷사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4쪽 '머리말' 

일본 여행을 당장 할 계획은 없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책방투어 정도는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데 카페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밌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당분간은 우리나라 카페를 더 열심히 찾아 다녀보는 걸로^^ 많은 곳들을 찾아 보진 못했지만, 커피맛집은 그래도 초큼 알고 있다. 아쉬운 건, 커피맛 만큼 장소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점인데..<도쿄킷사텐도감> 속 장소들이 조금은 부러워서 든 생각은 아니었나 싶다. 대형카페들은 모두 커피 보다 빵향기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것도 그렇고..내가 더 열심히 찾아 보면 분명 보석 같은 곳들이 있을 텐데... 소개된 도감을 보면서,<커피괴담> 소설은 나올만한 이유가 충분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눈을 씻고 네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은 혹 없을까..찾아 보는 즐거움, 소설 속 배경이 된 장소가 분명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보는 즐거움 그러다 자연스럽게 이런 책을 남기게 된 이유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쩔수 없이 철거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진으로 갑자기 소중했던 장소가 사라질수 도 있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록이었다는 사실을. 킷사텐 인테리어 자체가 역사가 느껴지는  것들이라,괴담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란 생각도 하게 되었다. <커피괴담>을 읽을 때는 괴담 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느라, 오롯이 카페와 커피의 분위기까지 상상하지 못했는데, <도쿄 킷사텐 도감> 덕분에, 괴담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갔을 뿐만 아니라, 소개된 곳에 가서 나도 말도 안되는 괴담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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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훨씬 수동적이다. 한 철학자 친구가 나에게 지적한 대로 뇌는 자신이 처리하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일일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그러면 우리는 압도당할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우리는 바들바들 떨며 훌쩍거리는 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36~37쪽



2025년 2월에 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알라딘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기억에 대한 저장소를 하나 따로 두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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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 성장기> 를 읽고 나서야, '도둑' 들어간 제목의 소설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둑맞은 가난' 당연히 읽지 않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지 않았던 건지.기억은 나지 않는다. 장편일거라 생각했던 '도둑맞은 가난'은 아주 짧은 단편이다. 연탄가스가 나오고, 가난이 무대가 되는 이야기. 그런데 과거형 이야기가 아니었다.마치 미래를 예언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최근 가난을 재미삼아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란 기사...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소설에서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 도대체 가난을 뭘로 알고 즈네들이 희롱을 하려고 해.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가난한 계집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100쪽



나는 가난한 계집을 희롱한 것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이야기 속 화자는 자신 보다 '가난'이 부정당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설이지만,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부러웠다. 가난은 죄가 아닌데, 이상하게 가난이 마치 무슨 죄라도 된 것처럼 몰아가는 세상..부자가 가난한 이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걸 작가님은 아셨던 모양이다.조금은 뻔한 상상이 연상되는 제목인 것 같았지만..그렇지 않았다.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쳐 몰랐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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