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성장기> 를 읽고 나서야, '도둑' 들어간 제목의 소설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둑맞은 가난' 당연히 읽지 않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지 않았던 건지.기억은 나지 않는다. 장편일거라 생각했던 '도둑맞은 가난'은 아주 짧은 단편이다. 연탄가스가 나오고, 가난이 무대가 되는 이야기. 그런데 과거형 이야기가 아니었다.마치 미래를 예언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최근 가난을 재미삼아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란 기사...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소설에서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 도대체 가난을 뭘로 알고 즈네들이 희롱을 하려고 해.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가난한 계집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100쪽
나는 가난한 계집을 희롱한 것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이야기 속 화자는 자신 보다 '가난'이 부정당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설이지만,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부러웠다. 가난은 죄가 아닌데, 이상하게 가난이 마치 무슨 죄라도 된 것처럼 몰아가는 세상..부자가 가난한 이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걸 작가님은 아셨던 모양이다.조금은 뻔한 상상이 연상되는 제목인 것 같았지만..그렇지 않았다.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쳐 몰랐다"/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