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듯 특별해 보이는..작가의 상상력^^


"맥티그 선생님 그래서 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녀가 조그마한 가발의 곱슬머리를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방이 작다는 것 알고 있으시죠?" 그런데 벽지가 같다는 건 무늬가 내 방에서 그분 방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한때는 같은 방이었던 게 분명해요. 한번 생각해 봐요.그런거 같지 않나요? 그러니까 우린 같은 방을 쓰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몰라요/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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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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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란 말 자체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이유가 읽고 싶게 만든 이유 되겠다.  앞서 읽은 <네메시스)와 <에브리맨>을 인상적으로 읽은 것도 <우리 패거리>를 읽게 만든 이유가 되려나.. 그런데 '미국을 노린 음모'는 여전히 잘 읽혀지지가 않는다. 무튼 <우리 패거리>는 희곡형식을 취하고 있다. 참담했던 건, 현실 세계가 너무 소설 같아서, 소설속 그려내는 풍자가 ..오히려 착하게 느껴질 정도다. 통쾌하다기 보다는 씁쓸한 웃음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고 해야 할까..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밤 국가적으로 중요한 말씀을 드리려고 여러 분 앞에 나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축소해서 여러분께 거짓 희망을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제가 내린 결정들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매체에서 여러분이 보시거나 들으신 것처럼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13쪽 며칠 후 아마 방송에서 보게 될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어떻게 <우리 패거리>를 읽으면서 '소설' 이라고 말할수 있을까..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면들을 텍스트로 재구성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그러나 그럼에도 잘 읽혀진다. 대통령의 존엄성을 깨부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에 더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정치의 언어가 '거짓말'이란 걸을 똑똑한 대중이 부디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기 땜문이다. 아주아주 쉬운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이야기 시작에 앞서, 걸리버여행기의 한 부분과, 조지오웰의 '정치와 영어'가 소개된 이유도 너무 잘 알겠다. '거짓말' 진짜도 거짓말로 만들지만,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건 더 무섭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강박이 생기고 있는 것인지... '거짓말'을 의심하려 들지 않는다. 똑똑하지 못한 리더옆에, 현명한 충신들이 있을리 만무하다. 카다르시스라 생각한 작가의 상상력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능한 리더의 최후가 암살로 이어지는 건 또다른 분란과 혼란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그러니까 소설을 읽으면서,통렬함 보다, 정치매커니즘이 견고할(?)밖에 없는 이유를 더 분명하게 확인한 기분이다. 

"우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서 인간의 마음과 가슴과 영혼을 노리는 이 전투에서 새로이 공세를 펼칠 때가 왔다고 말하는 겁니다.이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념 전쟁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자신의 이상을 지킬 의욕과 능력이 있는 대악마가 필요합니다. (..)오늘 밤 여러분은 우리의 삶 전체에 대해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의 주장 우리의 신념에 대하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역사의 흐름은 우리 편입니다"/250쪽  대악마,라는 단어가 내게는 더 견고한 정치적거짓말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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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스위프트의 글과,조지 오웰의 글을 소개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소개된 두 작품 속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거짓말' 물론 다 아는 뻔한 그런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순간 내가 모르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글인가 했는데, <걸리버 여행기> 속 이야기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리뷰에 당당히 '후이늠' 이 언급되어 있을줄이야^^) 그러니까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소개된 글에 공감할 수 잇었던 이유가, 걸리버..를 읽을 당시 내게 흥미를 끈(?) 지점과 닮아 있어서다. 다시 읽으면서는 더 격하게 공감할 것 같은 기분이다. 공교롭게도 2013년 가을에 읽었으니,다르게 보이는 것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워낙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강렬해서...가능할지^^



  















이 책의 단연 압권(?)은 정치와 정치인.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작가의 조롱어린 시선을 읽는 부분이라 하겠다.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했지만,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재의 모습에 대한 씁쓸함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현대 역사에 대해서 경멸감을 갖게 되었다.왜냐하면 지난 백 년 동안 위대하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역사가 엉터리로 기록되어 세상 사람들이 속아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즉 실제로는 비겁한 자들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걸로 되어 있었고 바보가 현명한 정책을 수행한 걸로 되어 있으며 아첨꾼들이 아주 성실한 사람으로 되어 있고 나라를 배신한 자들이 덕성을 지닌 사람으로 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 가장 재미난 상상은 구름위에 있는 무엇도 아니고,걸리버가 자유로이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였으며,우리 인간이 야후로,후이늠이라는 말보다 못한 종족이란 것 보다 더 크게 웃은 장면은 정치인들의 뇌를 반씩 잘라 붙여 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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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고'....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으면서도 번역되지 않은 조지오웰 책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번역되길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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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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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난히 반복해서 언급 된 '이중거울'과 사리진 언니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마그리트라는 설정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데 방해요소가 된 기분이다.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싶은 생각을 하려고 해도 조지의 목소리가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거슬렸다. 작가의 의도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면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읽은것이 될테지만... 무튼 한때는 좋아했고, 어느 순간 거리를 두게 된 작가였다. 미치너의 <소설>에서 오츠에 대한 이름이 언급된건 그래서 반가웠다. "(..)맬러머드는 위대한 전문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하지만 오츠는 아직 평가 내리기 어려운 작가 아닙니까?"/366쪽 <소설> 하편 부분, 마침 오츠의 소설 가운데 읽고 싶은 책을 막 발견한 참이라..읽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그런데 내가 읽기를 멈추게 된 이유가 그대로 보인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약간의 오기가 발동한 탓에 참고 읽었다. 끝내 언니가 사라진 이유와 단서들을 추적하는 긴장감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찾아낸 미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단 한 번(?) 언급되는 '~실종에 관한 단서들'  너무 뻔하게 예견했던 생각을 뒤집어 놓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사라졌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에 대한 질문보다,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상속녀라는 사실에 더 집중한다.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사들도 그렇다. 그러면서 동시에,일년에 사라지는 실종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통계, 여전히 미재로 남을수 밖에 없는 사건들..을 들려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가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보다는 그녀를 또 다른 방법으로 소비하려고 한다. ~단서들이란 표현이 이용(?)된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조지의 불편한 목소리가 힘들었고, 꼬이고 꼬인 실타래 같은 문장들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일게다. 물론 언니가 왜 사라졌는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런데, 궁금하다는 말 속에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얼만큼일까...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을까? 그 마음을 수수께끼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받은 기분이다 "수수께끼의 고통은 우리가 그걸 풀도록 강요당하는 것이니까 수수께끼의 좌절은 우리가 언제나 그걸 풀 수는 없다는 것이니까"/315쪽 추리물의 끝에는 언제나 멋진(?)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당혹스러웠으나다. 그러나 실종된 사람들이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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