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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평점 :
신간 코너에 올라온 제목만 보고 '~ 또 고흐' 인가,생각했다. 고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화가들을 만나고 싶은 입장에서는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든다.그러다 미술 관련 책에 관심을 갖게 한 저자 가운데 한 분이 이주헌작가님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제목을 심하게 오독했음을 알았다. 정말 고흐가..내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찔린다..^^)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는 그 말을 곱씹어 가며 그림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무엇보다 뒤피와 루소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그림을 전문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스스로 찾아 읽어 가는 여정이라, 뒤피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부터 였던 것 같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그런데 기분 좋아지는 그림들. 그러나 화가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나는 충분히 설명 받지 못한 채로..지금까지 왔는데, 음악이 그림 주제로 자주 등장한 이유도 알았고, 빛에 대한 화가의 철학도 들을수 있어 좋았다.뒤피의 그림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러나 사실 가장 충격(?)적인 화가는 루소였다.
모든 그림은 아니고, 몇몇 작품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그가 뚝심있게 그리고 소신껏 화가의 길을 걸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씻을수 없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자화상..이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혀지는 기분.. "그는 열아홉 살 때 일하던 사무실에서 돈과 비품을 훔치다 들켜 한 달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옥에서 나오고는 곧바로 징집되어 보병으로 복무하게 되었지요.그런데 군 복무 시절과 관련해 그는 해외에 파병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 파병되었다고 거짓말하고는 했습니다.그가 죽을 때까지 거짓말을 철회하지 않은 것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정글 주제 작품들이 그가 멕시코 주둔 시절 경험한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입니다."/319쪽 뭔든 생각하기 나름이라 그런가.조금은 당당해 보였던 저 자세가, 자신의 에고에 함몰되어 버린 사람으로 이해되서 보기가 불편했다. 또다른 에고에 미처날뛰는 사람들을 보고 있어서..루소가 더 밉게 보이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애정하는 루소의 그림 마저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다만,당당한 모습이라 여겨졌던 자화상은 당분간 좋아하지 못할 것 같다.예술가에게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작품을 보면서 나는, 내 안의 감정을 쏟아 내고 있었던 것 같다. 속이 조금은 시워해진 기분.... 분명 루소가 가진 에고가 멋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