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위픽
이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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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를 골라(?) 읽는 중이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은 영화적인 기분이 연상되서 골랐지만,이주혜작가님의 소설을 여러 권 읽는 터라 망설임 없이 고를수 있었던 것도 같다.


짧은 이야기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소설을 읽는 동안 뭔가 쿵하고 내려 앉는 듯한 기분이 든 건 '작가의 말'을 통해 이해받은 느낌이다. 상실에 관한 마음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있을수 밖에 없었던 이유.고백하자면, 최근 내가 애정하던 가게들이 여러 곳 문을 닫았다. 내일도 만날것 같은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닫혀진 문앞에서,허탈감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상상이 지극하면 기억이 된다.아니 지난한 기억 끝에 상상이 찾아오던가,기억과 상상은 그리 다른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7쪽


 궁극적으로 언제든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관계에서 조차 상실은 허탈감을 가져온다.하물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이라면...조금은 영화 대사처럼 시작되는 문장을 읽으면서,(나는) 과일가게 사장님과 밥집 사장님이 문을 닫게 된 이유를 상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상상이 내 기억으로 굳어져 버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짧고 강렬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다.'강렬' 하다는 느낌은 소설이 짧아서 다행이란 느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쌍뚱이 같은 사촌, 비교대상이 되어야 하는 관계..그것들 보다 더 중요한 걸 간과하는 사이..누군가는 진짜 아픔과 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우리는 모른다. 아니 종종 외면한다.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만이 위로가 되었다고 연수가 이야기 하는 순간,소설의 이야기가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음 아픈 사람이, 다시 회복 되기란 이렇게 힘든모양이다. 한탄강을 걸으면서, 애정하는 호암미술관 나들이 하면서 그렇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은 공허하다. 삶은 예측 불허라..그냥 지금을 살아야겠다. 



ps 이주혜작가님 소설에는 유독  장소들이 조연역활을 잘 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라제통문이란 곳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애정하는 한탄강과 호암미술관이 언급되서,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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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리석었고 어리석음엔 대가가 따라요. 전 결혼이 줄 수 있는 걸 욕심냈고 욕심에도 대가가 따르죠.1년 전에 갚을 걸 갚고 나니 땅이 반 에이커밖에 안 남았어요.(..)"/21쪽 '고인 곁에 앉다' 












"(...)엄마가 짝지어준 남자랑 약혼하고 엄마가 점찍어놓은 집에 들어가 살고 엄마가 가란 곳에서 공부하고 엄마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급급해 멍청하게 살았어. 그래서 벌을 받았고 하지만 이만하면 벌은 충분히 받았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나한테 잘못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했어"/64쪽 


'고인 곁에 앉다' 이야기 속 에밀리의 목소리를 이주혜작가님 소설에서 다시 듣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에 함부로 단정짓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조금만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정도... 분명하건,온전한 '나'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힘들게 하는 건지는 알것 같다.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가 버거운 시절이라 그럴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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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동네 책방에는,한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별로 정리해 둔 공간이 있다. 울프의 작품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댈러웨이부인>을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든 순간,2025년에 새롭(?)게 나온 버전들이 제법 보인다. 그동안 열린책들과 솔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만 읽었는데...이주혜 작가의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다가,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맨발로 정신없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어느 강의실 열린 창밑에 쭈그리고 앉아 강사의 목소리를 훔쳐 들었어.놀랍게도 강사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앞부분을 낭독하고 있었어. 강사의 음성을 타고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런던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지(...)댈러웨이 부인이 오래전 스쳐 갔던 여러 집을 나열하는 대목에서 "중국 앵무새가 있는 집" 이라는 구절이 내 귀에 날아들었어.(...)"/60쪽










예전에 쓴 독후기를 찾아보았다. 당연히 저런 에피소드를 소감으로 남겼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그래도.. 그러나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정말 저런 대사가 있었던 걸까.. 지난해 나온 민음사 아니면 을유버전으로 읽어볼까 했던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났으나.. 이주혜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어낸 결과였다. 물론 이야기는 아팠지만.... 차이나를 너무 쉽게 '중국'이라 생각했구나..그리고 나는 다시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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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한 페이지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2
에밀 졸라 지음, 이미혜 옮김 / 빛소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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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문뜨문 졸라선생의 소설을 읽을때는 루공가시리즈를 찾아 읽는 날이 올까 싶었다.지난해 부터 다시 찾아 읽고 있는 마음을 알았는지, 빛소굴에서도 졸라선생의 소설이 나왔다. 대형출판사들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작품 위주로 나와서 아쉬웠는데, 점점 더 빛소굴을 애정하고 싶다.


"푸른 하늘이 지평선까지 퍼지는 동안 기억이 살아나면서 엘렌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년 동안 미쳤던 걸까? 지금 와서 비뇌즈 가의 방에서 3년 가까이 살던 그 여인을 돌이켜보니 낯선 사람처럼 여겨졌다. 그 여인의 행동은 경멸감과 놀라움을 느끼게 했다. 미친 짓이었어. 맹목적이고 추악한 것이었어! 하지만 그녀가 그런 일을 불러들인 것은 아니었다.(...)바람이 한 번 불자 그녀는 땅에 넘어졌다.지금도 그녀는 스스로 해명하지 못했다.자기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속하지 않고 어떤 타인처럼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고통으로 마비되어 그녀는 다시금 욕망도 호기심도 없이 똑바로 난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차분함을 되찾았다.그녀의 삶은 정숙한 여인의 자존심과 엄격한 평화를 회복했다"/418~419쪽




<사랑의 한 페이지> 표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표지를 보는 순간, 비로소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엘렌과 앙리가 밀회를 즐기려는 시점이라서.. 그런데 아무리봐도 <밀회>의 표지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해서 내내 머릿속에 자리한 표지 속 이미지는..자신도 모르게 했던 그 사랑이 불러온 댓가에 대한 참회의 느낌을 담은 이미지란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사랑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엘렌에게 찾아온 사랑은,정말 사랑이었을까? 앙리는 정말 엘렌은 사랑한 것이 맞나? 사랑이 뭐길래.. 서로에게 이처럼 가혹한 고통을 주게 되는 걸까.. 사랑하고 있다는 상상이 불러온 참극은 아니였을까, 밀회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사랑이겠으나, 도덕적인 잣대를 두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사랑으로 인해 누군가 아플수 있다면 정말 사랑이 맞는 걸까..물어봐야 옳다. 그러나 엘렌도 고백했듯이. 그 순간은 '미쳤기' 때문에 볼 수 없었고,댓가는 고통으로 끝났다.(졸라 선생은 밀회를 나눈 이들에게 해피앤딩을 선물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의 한 페이지>를 읽기 전 애거사의 세븐 다이어스 미스터리를 읽었다. 거기에" 사랑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레이디 캐터햄은 문득 조카딸이 놀라울 정도로 성숙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혹이 이 아이가 불행한 사랑을 겪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레이디 캐터햄은 불행한 사랑이야말로 젊은 여자들에게 가끔 상당히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겪어야 삶을 진지하게 여기게 되는 법이었다"/139쪽 (세븐 다이어스 미스터리) 그녀가 밀회를 나눈 것도 아닌데, 불행한 사랑이 유익할 거라는 말은 너무 오만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엘렌이 하는  사랑이, 앞으로 그녀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궁금했다. 졸라 선생은그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주었다. 그럼에도 완벽한 새드앤딩으로 끝내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인생의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슬픔만 있는 것도, 기쁨만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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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한 페이지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2
에밀 졸라 지음, 이미혜 옮김 / 빛소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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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닌 사랑을 사랑이라 착각한 순간 찾아오게 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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