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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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덤 없이 묻혀 있던 여인은 누구였을까에 대한 질문도 흥미를 끌었지만 곁가지가 만들어진 상황들이 좋았다. 결혼한 남자가 갑자(?)기 수사가 되겠다고 한다. 아내를 두고서... 이렇게 무책임 할 수 가 있나 생각한 순간 <달과6펜스>가 떠올랐다. 어느날 가정도 버리고, 화가가 되겠다고 떠난 남자.. 뭔가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은데, 루알드 수사는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물론,속단은 금물이다. 끝까지 참고 읽어봐야 한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물론, 납득하기 쉬운건 아니다. 어쩌면,<욕망의 땅>에서 하고 싶었던 요지는,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떠난 남편으로 인해 남아 있는 여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것이 딱히 없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싶기도 하고.


"남편이란 사람은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자기 혼자 변함없이 묶여 있으니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그 상태로는 살아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남편이 죽으면 다시 혼인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녀의 경우엔 그것도 불가능했잖아요.(...)"/69쪽


'욕망'은 누군가를 해하거나 지나치게 나만의 것을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된 남자가 기꺼이 수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어떤 의미로 보면 루알드의 '욕망' 아니였을까? 남편을 보내고, 사랑이 증오로 바뀌 여인도.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된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된 도나타부인에게도 욕망은 있었던 셈이다. 타인들이 가진 욕망은 보이면서, 정작 내 자신이 가지게 된 욕망을 우리는 보지 못하는 듯 하다. 그것이 우리가 평생 업으로 가지고 가는 삶의 무게인가 보다 생각했다. 영화 '바늘을 든 소녀'를 보면서 답답함에' 왜'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게 되었는데,<욕망의 땅>에서 무심한듯 답을 받은 것 같은 순간은 위로였다.


"거짓말의 명분 같은 건 있을 수 없어요.거짓말은 결국 재난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327쪽


캐드펠시리즈는 내게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읽는 내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질문을 따라갔다.

거짓말로 나라를 쑥대밭 만들어 놓은 상황을 지켜보게 된 터라  '거짓말' 이란 말을 그냥 흘려 보낼수 가 없었다. 12.3을 겪지 않았다면, 그냥 그럴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해서 쓸데없을지도 모를 바람을 잠깜 품어 보기도 했다. 잘못을 고백하는 장면...도나타 부인의 고백이 매우 담백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한 욕망이 알게 모르게 또 작용한 것일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자백한다면 좋을텐데... 이것이 현실과 소설의 차이인걸까.. 비록 처벌이 내려지진 않아도, 진실은 드러나는 법인데, 현실에서는 녹록지가 않다. 그러나 진실에 대한 명쾌한 정리는 내려주었다고 해야겠다.솔직히 땅속에서 나온 여인이 누구일까 보다 루알드는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더 컸었는데... '거짓말'을 마주한 순간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말았다.


"진실이 없는 한 사면이라는 것 또한 있을 수 없으니까"/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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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인간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한때 도공이었으나 이제는 슈루즈베리의 베네딕토회 수사가 되어 있는 루알드를 두고 이미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이 노랫가락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79쪽











고전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일게다. 해서 누군가를 '이해' 한다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아직 소설을 다 끝내지 못한 관계로 결혼까지 했던 남자가, 아내를 남겨 두고 수사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수가, 순간 <달과6펜스>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화가가 되기 위해 떠난 남자를 다른 시선으로 읽게 될 것 같아서.. 다른 출판사 버전이 나왔으면 기꺼이 읽어야겠다 생각했더니 문예출판사 버전이 보인다. 처음 읽었을 당시 독후기도 남겨 놓지 않았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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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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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미국정부로부터 감시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는 망상정도로 취급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후 사실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 용인에 있는 책방에서 보흐밀 흐라발의 책이 눈에 들어온 건 '감시' 라는 단어 때문이었던 거다. 재미난 건 책방에서 구입한 이 책을, 온라인에서 더이상(아니 당분간)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절판된 책을 찾다가 발견한 기쁨은 아니지만, 우연으로 고른 책이, 더이상 구입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워서, 냉큼 읽게 되었다.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라 좀 버겁게 읽어야(만) 했다. 총소리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고,피냄새가 진동한 것도 아닌데, 피부에 더 와 닿는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성이 어떻게 망가지게 된는 가를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을 탄식처럼 하게 된 걸 보면...


"이 열차를 보자 뭔가 생소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열차에 타고 있는 부상병들의 눈빛 때문이었다. 전선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들이 자신들이 받았고 또 자신들 역시 남에게 주었을 그 고통들이 이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 부상당한 독일 병사들은 반대 방향, 즉 전선으로 가는 독일 병사들보다 더 애처로워 보였다"/82쪽



지금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있는 터라 더 무겁게 읽혀진 소설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전쟁이 아니라면 서로 친하게 벗하고 살아갈 사람들이었을수도 있을 텐데,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 이 무서운 세상..하느님이 최후의 심판 나발을 불어야 끝날 건가..라는 한탄은 그래서 너무 공허하게 다가왔다.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냥 그 속으로 전쟁 속으로 나를 몰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역시 한 인간이었다. 나처럼 혹은 후비치카 씨처럼 말이다. 특별하게 잘난 것도 특별한 지위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가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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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 감히 상상이 되는 고통이라 힘겨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영화 속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허구라고는 믿지 않았을 테니까고통스러웠던 영화.. 그런데 소설 <욕망의 땅>을 읽다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릴 법한 문장들을 만났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과하는 것 만큼 비겁한 짓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그녀를 마냥 지탄할 만 없었다는 사실이 또 고통스럽게 다가왔던 영화.









"(...) 사람이 압박에 몰렸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누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나?(..)"/146쪽


"세상 전체가 그에게 원한 살 만한 짓을 했는지도 모르지" 캐드펠이 말했다. "그렇다고 자기보다 상황이 좋지 못한 이들에게 분풀이를 해서는 안 되지만 증오에 빠진 이들은 늘 있는 법이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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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포크너의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독후기를 찾아보다가, 헤밍웨이와 포크너에 관한 장작가님의 글을 메모해 놓은 포스팅을 발견했다. 헤밍웨이의 소설도 다시 읽어 볼까 고민중이었는데..신기한 우연이다..


"이번 글은 진짜 빠르게 썼다. 1,200매나 되는 원고를 딱 두 달 만에 썼으니 신들린 듯 쓴 거다. 물론 훼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만큼은 빠르지는 못했다. 그 사람들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같은 장편 소설을 단 6주만에 썼다. 천재가 아니라 괴물들이다.그래.작가들은 집중해서 글을 쓸 때,천재가 아니라 다 괴물이 된다./18쪽




나는 태양.. 보다는 수없이 읽었던 <노인과 바다> <누구를...>를 읽고 싶다. 

누구를 위하여..를 다시 읽고 싶어진 이유는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를 읽은 영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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