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미국정부로부터 감시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는 망상정도로 취급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후 사실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 용인에 있는 책방에서 보흐밀 흐라발의 책이 눈에 들어온 건 '감시' 라는 단어 때문이었던 거다. 재미난 건 책방에서 구입한 이 책을, 온라인에서 더이상(아니 당분간)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절판된 책을 찾다가 발견한 기쁨은 아니지만, 우연으로 고른 책이, 더이상 구입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워서, 냉큼 읽게 되었다.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라 좀 버겁게 읽어야(만) 했다. 총소리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고,피냄새가 진동한 것도 아닌데, 피부에 더 와 닿는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성이 어떻게 망가지게 된는 가를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을 탄식처럼 하게 된 걸 보면...


"이 열차를 보자 뭔가 생소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열차에 타고 있는 부상병들의 눈빛 때문이었다. 전선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들이 자신들이 받았고 또 자신들 역시 남에게 주었을 그 고통들이 이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 부상당한 독일 병사들은 반대 방향, 즉 전선으로 가는 독일 병사들보다 더 애처로워 보였다"/82쪽



지금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있는 터라 더 무겁게 읽혀진 소설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전쟁이 아니라면 서로 친하게 벗하고 살아갈 사람들이었을수도 있을 텐데,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 이 무서운 세상..하느님이 최후의 심판 나발을 불어야 끝날 건가..라는 한탄은 그래서 너무 공허하게 다가왔다.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냥 그 속으로 전쟁 속으로 나를 몰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역시 한 인간이었다. 나처럼 혹은 후비치카 씨처럼 말이다. 특별하게 잘난 것도 특별한 지위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가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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