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 대한 시선은 그때그때..다르겠지만^^

아무도 선뜻 대답을 못 하자 미즈 마멜이 주저하는 어투로 말을 꺼냈다"제 생각엔..기대가 너무 컸던 게 아닌가 싶어요.... . 그게 잘못된 것 같아요. 말하자면 펜실베이니아독일인들에 관한 ,그러니까 표준적인 루카스 요더 식의 이야기를 원했던 거죠.생태학적인 강의를 원한 것이 아니라... . 기만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독자들은 그 정도로 단순해요/96쪽

요더 선생님 많은 독자들은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인 사람들이에요. 시시한 싸구려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온통 다 차지하는 것 같지만 좋은 책들도 항상 나름대로의 위치를 고수한답니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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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도 영성과 비슷하여 우리 안의 분열을 치유하고 짐을 내려 놓게 할 수 있다. 나의 손주들은 우주선을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거나 심장 수술을 받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집 가까이에서도 우리 안에 우주를 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마치 노력하지 않고도 피부를 지니고 다니는 것처럼 우주를 우리 내면에 담고 다닐 수도 있다. 공간은 온전한 정신을 대표할 수도 있다. 온전한 정신이란 정제된 삶도 무미건조한 삶도 아니고 '마약에 취한' 삶도 어닌 어떤 생각이나 상황도 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상태다/28~29쪽



 


몇년 후면 저 공간은 사라진다. 길을 걸으며 일몰 보고, 벼가 익는 향기를 맛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가끔 가까이 듣게 되는 비행기소리는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무튼 몇 년 후면 저 공간은 빽빽하고 화려한 아파트로 채워질 예정이다. 자연스러운 공간들은 사라지고..인위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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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코,무제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다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마크로스코와 나2' 부분




마크 로스코에 대해 시인은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든 시집이다.알듯 말듯 손에 잡히지 않던 마크 로스코에 대한 시가 있어 반가웠다..연극 '레드'를 보면서 단지 화가의 괴짜스러움이 유명세를 갖게 한 것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히 '숭고미'에 대한 마음까지 이해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었지만,화가가 그려 놓은 화면 가득 빨간색 혹은 주홍빛의 색 그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의 훈련은 곧 또다른 이름의 종교일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으니까...화가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읽으면서 고마웠다.잡힐듯 잡히지 않았던 그 무언의 답답함에 답을 얻은 기분이 들어서... 시를 읽을때 불현듯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시집을 읽으면서 리뷰는 남기지 못했지만..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마크로스코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서 읽었다는 기억은 잊지 않고 있다. 마크로스코에 그림에 대한 이해의 틈을 시인에게서 설명 받은 기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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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정리하다 오래전 지인에게 받았던 메모노트와 책 '흰'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메모지형식을 갖고 있지만..책 속 내용이 담겨 있어 차마..메모는 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책장을 차지 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노벨문학상 소식을 들게 되었다. 무슨 암시라도 해 준 것처럼 혼자 소름돋고..반가웠고.. 지인들과 톡으로 한참 축하 수다를 ..했다.그러나 나는 유명한 소설들과는 아직...만나지 않았다. '못했다'는 말이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마주할 용기가 나질 않았는데... 이제 읽어야 할 타이밍이 진짜..온 건지도 모르겠다. 시와 에세이가 내게는 더 잘 맞는 듯한 기분.. 그런데 이번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작가의 문학적 특징에 '시적 산문'이란 표현이 있어 반가웠다 '흰' 이란 작품이 딱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수 있었으니까.. 무려 2016년에 읽었던..그런데 느닷없이 '흰'메모노트를 꺼내보게 된 거다.^^


'여수의 사랑'을 사랑했던 지인 덕분에 퍽 오래전 부터 작가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내가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은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라는 산문집이었다.음악에 대해 공감할 부분이 많아서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난다.그러나 소설은 여전히 느낌표와 물음표가 나를 따라다닌 탓에 여전히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언젠가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소설보다는 시와 에세이가 나와는 더 잘맞는 건가? 생각 했고,그래서 '흰'이란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시와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아니 시를 통해 소설을 쓰는 형식을 취했다는 방식이 궁금했던 거다.그리고 마치 에필로그 처럼 고백되는 '흰'의 목소리에서 김소연 작가의 <시옷의 세계>가 떠올랐다.아마도 '흰'이란 작품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짐작이 되어진 기분 좋은 예감이라고 해야겠다.

 

"강보,배내옷,소금,눈,얼음,달,쌀,파도,백목련,흰새,백지,백발,수의(....)" 하얗다'라는 색을 떠올렸을때 상상이 되어질 목차가 서술된다.지극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어쩌면 조금은 뻔해 보이는 '흰'성질에 대해 작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나'라는 주제로 풀어 놓던 '흰 목소리'그리고 '그녀'로 이어지는 흰 목소리를 듣다 나도 모르게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말았다.배내옷이 주는 흰성질을 보며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건 '따뜻함'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리고 작가는 그 속에 우리가 모르는 슬픔도 있을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다.그런가 하면 '서리'가 갖는 차가움 혹은 추위 라는 성질 속에 작가는 따뜻한 추억을 칠해주었다.누군가에 하얀 서리는 어린날 혹은 어떤 날의 그리웠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성질일 수 있다고...왜 '흰'이란 제목을 달았는지 알 것 같았다.물론 나만의 오독일수 있겠으나 '흰'이 가는 성질 혹은 우리가 지극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면에 또다른 것이 숨어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누군가가 나를 향해 하얗게 치아를 보이며 웃는다고 정말 그의 마음까지 그렇게 하얀마음일까?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게에 건내는 웃음이,표정이 늘 보여지는 깨끗함 그대로일까?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닐수도,혹은 그속에 숨은 다른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흰'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만나는 사물 혹은 대상 모두가 하나의 의미로만 보여지지 않는 재미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우연처럼 오래전 찍어 놓은 사진과 비슷한 글을 만날때는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지면서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즐거움을 누렸다.'흰'을 읽는 시간은, 즐거운 오독의 시간이기도 했다.  '흰'이 주는 일반적인 선에서 벗어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흰색 그대로의 매력도 분명 있지만 그 속에 또 다른 무언가가 겹겹히 숨어 있는 듯한 기분...그래서 소설이란 느낌보다 작가의 창작노트를 엿본것 같기도 하고, 화가들이 드로잉 하듯,작가의 드로잉은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하나의 사물에 담긴 수많은 성질이 있을 거란 상상은...차가움 속에도 따뜻함이 따뜻해 보이는 사물 속에서도 슬픔을 창조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준 것 같았다....


내년에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이제는..(진짜) 읽어야 할 시간이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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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우리를 지금의 우리가 되도록 초대한다. 우리는 종종 강과 닮았다. 부주의하면서 강하다.소심하면서 위험하다. 맑으면서 탁하다.소용돌이치고 반짝이고 고요하다.연인들, 농부들,예술가들은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정체기'에 대한 공포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내면의 가뭄은 오직 상상력과 정신적 표출이라는 물로만 해갈할 수 있다. 물론 매우 예민한 문제라 해결이 쉽지는 않다.(..) 소로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한 인간의 삶은 강물처럼 신선해야 한다. 같은 통로로 흘러도 매 순간 새로운 물이 흘러야 한다"/119쪽



 

빛소굴출판사에서는 소설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마음 가는 주제를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 알았다. 바다 만큼 강물은 사진에 잘 담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너무 가까이 있어 그랬을까.. 강같은 강을 자주 접하지 못해서일까.. 강을 보면서도..바다로 흘러 가는 모습만 상상했으니... 그런데 매일 새로운 물이 흘러야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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