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오래전 지인에게 받았던 메모노트와 책 '흰'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메모지형식을 갖고 있지만..책 속 내용이 담겨 있어 차마..메모는 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책장을 차지 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노벨문학상 소식을 들게 되었다. 무슨 암시라도 해 준 것처럼 혼자 소름돋고..반가웠고.. 지인들과 톡으로 한참 축하 수다를 ..했다.그러나 나는 유명한 소설들과는 아직...만나지 않았다. '못했다'는 말이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마주할 용기가 나질 않았는데... 이제 읽어야 할 타이밍이 진짜..온 건지도 모르겠다. 시와 에세이가 내게는 더 잘 맞는 듯한 기분.. 그런데 이번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작가의 문학적 특징에 '시적 산문'이란 표현이 있어 반가웠다 '흰' 이란 작품이 딱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수 있었으니까.. 무려 2016년에 읽었던..그런데 느닷없이 '흰'메모노트를 꺼내보게 된 거다.^^


'여수의 사랑'을 사랑했던 지인 덕분에 퍽 오래전 부터 작가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내가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은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라는 산문집이었다.음악에 대해 공감할 부분이 많아서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난다.그러나 소설은 여전히 느낌표와 물음표가 나를 따라다닌 탓에 여전히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언젠가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소설보다는 시와 에세이가 나와는 더 잘맞는 건가? 생각 했고,그래서 '흰'이란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시와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아니 시를 통해 소설을 쓰는 형식을 취했다는 방식이 궁금했던 거다.그리고 마치 에필로그 처럼 고백되는 '흰'의 목소리에서 김소연 작가의 <시옷의 세계>가 떠올랐다.아마도 '흰'이란 작품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짐작이 되어진 기분 좋은 예감이라고 해야겠다.

 

"강보,배내옷,소금,눈,얼음,달,쌀,파도,백목련,흰새,백지,백발,수의(....)" 하얗다'라는 색을 떠올렸을때 상상이 되어질 목차가 서술된다.지극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어쩌면 조금은 뻔해 보이는 '흰'성질에 대해 작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나'라는 주제로 풀어 놓던 '흰 목소리'그리고 '그녀'로 이어지는 흰 목소리를 듣다 나도 모르게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말았다.배내옷이 주는 흰성질을 보며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건 '따뜻함'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리고 작가는 그 속에 우리가 모르는 슬픔도 있을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다.그런가 하면 '서리'가 갖는 차가움 혹은 추위 라는 성질 속에 작가는 따뜻한 추억을 칠해주었다.누군가에 하얀 서리는 어린날 혹은 어떤 날의 그리웠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성질일 수 있다고...왜 '흰'이란 제목을 달았는지 알 것 같았다.물론 나만의 오독일수 있겠으나 '흰'이 가는 성질 혹은 우리가 지극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면에 또다른 것이 숨어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누군가가 나를 향해 하얗게 치아를 보이며 웃는다고 정말 그의 마음까지 그렇게 하얀마음일까?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게에 건내는 웃음이,표정이 늘 보여지는 깨끗함 그대로일까?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닐수도,혹은 그속에 숨은 다른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흰'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만나는 사물 혹은 대상 모두가 하나의 의미로만 보여지지 않는 재미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우연처럼 오래전 찍어 놓은 사진과 비슷한 글을 만날때는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지면서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즐거움을 누렸다.'흰'을 읽는 시간은, 즐거운 오독의 시간이기도 했다.  '흰'이 주는 일반적인 선에서 벗어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흰색 그대로의 매력도 분명 있지만 그 속에 또 다른 무언가가 겹겹히 숨어 있는 듯한 기분...그래서 소설이란 느낌보다 작가의 창작노트를 엿본것 같기도 하고, 화가들이 드로잉 하듯,작가의 드로잉은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하나의 사물에 담긴 수많은 성질이 있을 거란 상상은...차가움 속에도 따뜻함이 따뜻해 보이는 사물 속에서도 슬픔을 창조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준 것 같았다....


내년에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이제는..(진짜) 읽어야 할 시간이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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