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혼자 하는 거라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이제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나고,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것도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책은 도끼다>와 <전복적 소설 읽기> 와 같은 책이 그렇다. 지금까지도 '칠레의 밤'과 '왼손잡이 여인'은 읽지 못했다. 카프카와 프루스트 이야기가 흥미로워 물개박수를 쳤던 기억은 여전하고..그런데 <이방인>도 소개되어 있는 줄..모르고 있었는데..우연히 다른 책을 검색하다 발견.. 해서 <이방인>을 읽자마자 '전복적 소설 읽기' <이방인> 편을 찾아 읽었다.


"자유와 행복의 증거였던 냄새와 밤하늘의 별들이 새롭지는 않습니다. 뫼르소는 이미 그 공간에 살고 있었어요.다만 그때는 '나'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어른이 아니었다는 뜻이죠.그런데 뫼르소가 감옥에서 '나'를 인식하고 아름다운 '세계'와 마주치는 축복을 경험합니다.이 만족과 행복은 곧 축제죠.이 축제에서 어떻게 혼자 있겠습니까? 축제를 즐기고 싶어서 내가 죽는 날 아침에 많은 사람이 와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존재를 발견하는 축제, 제가 읽기로는 그렇습니다"/245~246쪽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 생각이 났다.엄마가 왜 일생의 막바지에 '약혼자를 얻었는지 왜 다시 삶을 시작해보려고 모험했는지 이해할 듯했다. 그곳,생명이 꺼져가는 양로원 그것 주변에서도 저녁은 아쉬움이 섞인 평온함 같았다.(....)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애정어린 무관심에 자신을 열어줬다.그 세계가 꼭 나와 똑같고 형제 같다는 깨달음에 이르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종언을 고하고 내가 덜 외롭기 위해 남은 단 하나의 바람은 내 처형식 날 숱한 사람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달라는 것이었다"/145쪽  휴머니스트에서 기획된 '날씨와 생활'의 시선이 아닌 '존재를 발견' 하는 시선으로도 이방인을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죽음에 임박한 순간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 사실에만 주목했던것 같다. 사형이란 형식앞에 축제..라는 말을 선뜻 할 자신은 없지만..뫼르소가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는 이해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투명성을 추구하는 글이 많지만 카프카 같은 사람은 드물죠.아무리 읽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정답이 많은 것이겠죠.카프카의 문학은 불투명성의 투명성이 있어요.다 맞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안 맞는,맞추면 맞출수록 안 맞는 것이 분명하거나 그것만으로는 다 열리지 않는 경우죠."/58쪽

 

개된 8 권의 책들과 저마다 인연(?)이 있어 반가웠다.소개된 책 가운데 특히 궁금했던 유일하게 읽지 않은 책 '칠레의 밤' 그런데 정작 <변신>을 가장 먼저 읽게 되었고.'전복적'이란 시선에 맞게 내가 변신을 읽을 때 느꼈던 시선과 비슷한 지점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왠지 읽지 못한 책들을 다 읽어낼 수 있을 것 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처음 <변신>을 읽었을 때는 곤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지점과 달랐는데..그 다름의 간극을 뾰족히 설명할 길이 없었던 거다..그런데 2017년 다시 <변신>을 읽을 때 그레고르가..곤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걸 느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친 비약은 아닐지.오독하는 맛도 독서의 매력 중 하나일텐지만 대부분 소외라고 보는 시선에서 나는 어쩌자고 탈출의 증후가 보인다고 생각했을까...이제 그 이유(?)가 '전복적'시선으로 보려는 무의식의 작용은 아니였을지 생각해 본다.사실 고전을 이렇게까지 여러 번 읽는 까닭은 줄거리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읽을때마다 다른 시선으로 읽는 맛..그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기 때문이다. <변신>을 한 번 읽었다면 나 역시 그레고르가 탈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하는 마음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를테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굳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뫼르소를 규정한다면.. <이방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해야 옳다.<이방인>을 나름 여러 번 읽었는데..이렇게 생각한 건.처음 하게 된 것 같다.(이러니 계속 읽을 수 밖에^^) 엄마의 장례식에 다녀와야 한다는 보고를 하는 순간 상사의 반응도 이상하고, 양로원 도착후 원장에게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하는 것도 이해할 수..없다. 그리고 지금껏 뫼르소가 저지른 살해 동기가 태양.때문이란 것이 너무 부각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물론 오독일수도 있겠지만..) 수없이 언급되는 '태양'에서 뫼르소가 지닌 정신적 고통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무엇보다 충동적 살인으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사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었던 레몽이 빠졌다. 심문과정에서 무거운 공기에 압도당했던 뫼르소가 힘겹게 할 수 있었던 말이였다. 


"검사가 내세우는 생각의 핵심은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내가 범행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것을 입증하려고 애썼다"/118쪽



뫼르소 보다 더 이상한(?)사람은 검사였다.왜 살인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뫼르소의 이전 행동들이 살인을 저지를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규정해버렸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그의 살인에 대한 처벌을 하려면..아랍인을 죽인 이유에 대한 구체적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전혀 찾을수..가 없었다.는 사실..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때도 느꼈던 것 같긴 한데.. 그때는 사형제도에 관한 문제와 종교..그리고 뫼르소만이 철저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부조리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게 풀어낸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휴머니스트시리즈 '날씨와 생활' 에서 <이방인>을 만나게 되고 보니..조금 다른 시선으로 읽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정말 그렇게 읽게 된 것 같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날씨처럼,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는 사실.무엇보다 여름에 대한 카뮈의 문장이 시적이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부조리를 담아낸 소설이라 지인들은 여전히 이방인을 어렵다고 하던데..이 소설에서 여름향기를 느낄수 있게 될 줄이야.."그날의 심리가 종료됐다.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법원을 나오면서 나는 아주 잠깐 여름 저녁의 향기와 색채를 기억해냈다.어두운 호송차 안에서 나는 마치 피곤의 밑바닥에서 캐내듯이 내가 사랑한 도시와 한때 만족감을 안겨준 어떤 시절의 친숙한 소음들을 하나씩 하나씩 재발견했다"/116~1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마음엔 무적의 여름이 숨어 있다>는 제목이 솔깃해 도서관에서 빌려왔더니..카뮈가 한 말이었다.. <이방인>에서 '여름'에 대한 언급을 이렇게 다시 만나는 구나 싶어 신기했다.(책 내용은 아주아주 내 취향은 아니라 슬렁슬렁...) 저 말이 소개된 책은 아즉 읽지 않았으나.. <이방인>에서도 '여름'에 관한 묘사들이 예사롭지 않아 놀랐다. '태양'에 함몰되어 읽다가.. '부조리'에 대한 생각만 하다 놓쳤던 시선들은.. 휴머니스트에서 기획한 시리즈 덕분에 또다른 시선으로 읽을수 있었다. 한 번 읽고는 절대 몰랐을...여름에 대한 카뮈의 시선들. 




해설편에 소개된 <작가 수첩1>의 한 꼭지는 그래서 왠지 더 와 닿았다. <이방인>이란 소설을 단지 '테양'과 '뫼르소'와 '부조리'로만 기억하면 안될 것 같은...^^


세계와 분리되지 말 것.누구라도 제 삶을 빛 속에 널으면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내가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처지와 불행과 환멸 속에서도 세계와의 접촉을 되찾는 것이다.내 안에 깃든 슬픔 속에서조차 사랑하려는 욕망은 얼마나 대단하고 여름 저녁에 언덕을 바라보기만 해도 얼마나 황홀하게 도취하는가...<작가수첩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이란 단어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줄곧 따라가다 ‘감정‘의 변화무쌍함이 날씨와 닮아 있다는 사실과 마주했다 ˝아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1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