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멈춘 스트루가츠기 형제의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다시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삶의 신비는 사람인 우리가 결코 엄밀하고 어긋남 없는 수준의 객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끊임없이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볼 수밖에 없다는 것.그것은 세상과 동떨어진 외로운 사람들,적요와 고독 속에 파묻혀 오롯이 혼자라고 확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그러니까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신이 있다면 그 존재는 타인이라는 거울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사하는 빛이 아닐까/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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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핍은 아름다울 자격이 있지.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21쪽

그러나 근 구가 알맞은 정도의 희망을 논할 수 있을까.희망은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체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일상에 푸른 잎을 내보이는 희망이다.나는 그런 희망이 나쁘거나 틀린 것,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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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와 '골든 에이지'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스튜어트>를 연이어 보고 읽은 덕분(?)이었을 게다.'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제목에 시선이 가게 된 것은..공교롭게 펼쳐본 페이지는 엘리자베스 1세에 관한 부분.'권력을 입은 패션'이란 주제가 호기심을 자극할 수 밖에.츠바이크의 책을 통해 엘리자베스를 만났지만 영화 속 여왕의 패션과 화장은 조금 지나친(?)건 아니였나 싶었는데 그럴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숨어 있었다.시간이 흘를수록 화려함을 더 강렬하게 즐기게 된 것인지,처음부터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는 학자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있을수 있겠으나 영화 골든 에이지에서 화려함을 벗은 뒤의 모습을 보았을때의 느낌은 여왕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관복을 입은 엘리자베스 1세'그림은 작자미상이다.자신의 이름을 밝힐수 없었던 것은 여왕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렸다는사실에 대한 두려움이였을까..아니면 상상이 가미된 그림이라 차마 이름을 밝힐수 없었던 것일까 무튼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만나게 된 엘리자베스 1세의 이야기는 이렇다."재위 초기 왕좌는 불안했다.여왕을 인정하지 않는 의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결혼을 종용했다.남자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조용히 물러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상황을 바꾸고 강력한  왕권을 획득하기 위해 은밀한 작업에 들어갔다.그것은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신격화 하는 것이었다(...)역사상 가장 빛나고 화려하지만 또한 가장 무겁고 불편한 엘리자베스 1세의 기하학 패션은 이렇게 탄생했다.(...)작가 미상의 영국 화가가 그린 <대관복을 입은 엘리자베스 1세>는 전설로 길이 남은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여준다.(...)엘리자베스를 본 런던 시민들은 환호했다."/286~288 쪽 여왕의 패션이,작자미상의 그림이 당시 시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품게 만든건 사실인 듯 하다.영화 속에서는 마냥 화려함을 좋아하는 여왕이이라 생각했었는데,화려함 속에는 여왕의 취향과 함께 또다른 비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그래서..나는 소(小) 마르쿠스 헤라르츠의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권려과 취향이 여왕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죽음으로 이르는 이유도 되였으니 말이다.

 

 "재위31년이 되던 해 그려진 이 작품은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 중 하나다.각종 보석을 정교하게 장식된 은백색의 옷을 입은 엘리자베스1세가 지도 위에 당당하게 서 있다.발 밑의 세계지도는 스페인을 굴복시키고 신대륙으로 뻗어나간 여왕의 권력을 상징한다.여왕이 입고 있는 흰색의 드레스는 예수의 영광과 함께 처녀 여왕의 순결함을 칭송하는 장치다.(...)"/293쪽 영화 골든 에이지를 보면 스페인과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그러나 그림 속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은 또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무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얼굴을 유난히 하얗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천연두 자국을 감추기 위함이였다는 사실에 놀랐고,그로 인해 수은과 납중독에 걸리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얀얼굴을 고집했다는 점도,죽을 때까지 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 까지,권력이란 자리를 누구나 누릴수 있는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준 여왕이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권력이란 것이 도대체 뭐길래..라는 생각도 해 보게 만든 그림이였다.(자신의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왕에게는 권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테지만 말이다..)

 

책의 구성은,탐미의 시대,기묘하고 매혹적인 패션,갖고 싶은 것들의 역사,패션 아이콘 시대를 앞서가다 로 구성되어 있다. 드레스에 깊은 관심이 없어서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 덕분에 읽게 되었다.패션 아이콘..그 중에서도 권력을 입은 패션을 가장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마담 퐁파두르의 로코코시대의 모든 것과 함께...시대의 경향이란 것도 있겠지만,권력을 어디에 두고 있는 가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수도 있는 걸까? 의도하지 않게 엘리자베스 1세와 마담 퐁파두르의 그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권력의 정점에 있어야 하는 자와 그렇지(?)않을수도 혹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이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마냥 아름답게만 그린듯 해서 그다지 집중해 보지 않았던  그림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엘리자베스 1세의 그림과 함께 본 덕분이다.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가 그린 '마담 퐁파두르' 그림을 볼때면 그녀보다 소품처럼 등장하는 책들이 궁금했었다.그리고 이제 궁금증 해결 "그림 속 서른 네 살의 퐁파두르는 아름답고 완숙미로 가득하다.피부는 흰 도자기처럼 깨끗하고 코르셋으로 끌어 올린 가슴은 여전한 그녀의 여성미를 보여준다.꽃과 각종 식물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는 크림색 드레스는 은은한 광택과 차분한 색감으로 기품과 우아함을 더하고 손에 펼쳐진 악보를 비롯한 배경의 지적인 물건들은 예술과 과학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학식을 보여준다.화가는 섬세하고 화사한 파스텔의 색조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며 그녀의 미와 지성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워낙 세밀하게 묘사한 덕에<법의 정신><백과사전><자연의 역사> 같은 책의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 몽테스키외 달랑베르 볼테르 그녀가 후원한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출판한 책들이다"./310쪽  권력의 주체가 국민들에게 있다는 주장을 편<법의 정신>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사치로 비난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그러나 이런 평가는 시선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랐게다.마담 퐁파두르 정도면 화려한 드레스 정도는 입어줘야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지...이 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건,그림 속 주인공들에 대해 객관적 시선으로 보고자 함을 조금 덜어냈기 때문이였다.내가 궁금했던 만큼의 호기심을 채워 주었다는사실에 만족한다. (덕분에)저자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였든 독자는 마음대로 마담 퐁파두르와 엘리자베스 1세의 권력에 대한 표현을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드레스를 통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2019년에 쓴 리뷰를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권력과 취향' 이란 표현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권력을 취향처럼 누리려 한 이의 말로를 뉴스를 통해 연일 보고 있어서 인듯 하다. 엘리자베스는 감히..누구와 비교를 하는 건가..하고 따져 물을 테지만,취향에 권력이 더해지는건 화려할 수록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함으로 감추는 권력도 무섭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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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애정하는 프로가 '세음'(세상의 모든 음악) 이다. 덕분에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음악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프닝 인사부터 좋으니까, 문제는 너무 좋아서 특별히 어느 글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올해 5월 어느날의 멘트는,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게 되면서, <열두 번의 체크인>을 읽어야 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이미 예전에도 구입 한 책은 있었지만. 그리고 나는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 보다, 소개된 책들과, 기억하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개인적 에피소드에 100프로 이상 공감한 이야기도 있었다.



(레몬) 그라니타...



"젤라토 가게 외벽에 바짝 붙여놓은 테이블에 앉아 레모 그라니타를 먹었다.이 레몬 그라니타를 먹기 위해 다시 노토에 가고 싶은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 다"/30쪽  시칠리아에 갈 확률은 희박하니, 소개해준 맛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나도 영종도 섬에 있는 자몽 그라니타.맛에 빠져.시즌 한정이란 사실을 알고,8월 내내 열심히 그곳을 찾아더랬다. 그곳을 가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반가웠다.




피난처 (르아브르)


9월이 오면 도서관에 어떤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할 것 고민하다,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이디스 워튼의 <피난처>를 신청했다. 거의 다 읽어서 이제는 읽을 책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덜 알려진 소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열두 번의 체크인>에서 '피난처'라는 의미를 담은 지명과 만났다. 워튼의 '피난처' 의미가 르아브르에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만.르아브르 도시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워튼도 한 번 즈음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그런데 '르아브르' 라는 영화도 있다는 사실. 워튼의 소설을 읽게 될 즈음 영화도 챙겨 보고 싶어졌다.



코끼리절벽










"르아브르에서 북쪽으로 40분정도 달리며 코끼리 절벽으로 유명한 에트르타가 나온다(...)바다로 쭉 뻗은 큰길은 모파상 거리다.(....)모리스 르블랑은 에트르타의 집을 여름 별장이자 집필실로 삼았다. 당연히 그의 작품<<기암성>>에도 에트르타가 등장한다.에트르타에 모파상 거리가 있는 건 모파상의 외가가 이 근방에 있기 때문이고 그가 자주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배경이 에트르타에서 멀지 않은 마을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120~121쪽 모네의 그림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코끼리절벽에 대한 다른 에피스드를 들었다. 아니 분명 들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들었던 그날,소설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 했을 테니까.. 방송에서 들려준 노트르담..에 관한 에피소드 덕분에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책들










주말 지인과 책방 나들이 한 여운이 좋아,불현듯 바닷가에 자리한 책방은 없을까 검색해 보았더니,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도 있었다. 너무도 먼 곳이라 지금까지 단 한 번 밖에 가보지 못한 곳. 그러나 계절마다 찾아와 보고 싶은 곳이라 생각했던 곳...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는 여행기에 소개된 책들을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바다의 침묵...은 제목 때문에, 모레아 기행은 칸잔차키스의 멋진 말들과 조우하고 싶어서...


말들


"여행이든 인생이든 '따로 또 같이'는 정말 중요하다"/191쪽


"여행의 순간에 찾아오는 감정 여행이 끝나고 남은 충만함과 쓸쓸함이 모두 나를 단련하는 망치질이 되었다. 경험의 망치질,추억의 망치질이 울퉁불퉁한 나를 조금씩 펴주었다"/240쪽


"지름길, 풍경엔 있으나 삶에는 없는 것,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엔 순식간에 지름길이 생긴다지만 인생엔 코린토스 운하 같은 지름길은 없다고 뚝 잘린 지름길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301쪽










그곳의 풍경을 그려 보는 즐거움을 넘어,순간 순간 교감하는 순간이 좋았다.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여행'이 주는 매력들. 언젠가 방송에서 들었을지도 모를 이야기 조차, 처음 듣는 여행기처럼 좋았다. 읽을 책들이 쌓였고,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여행을 즐겨볼 생각이다. 마무리로 들려 준 음악은 나도 모르게,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것 같은 충만함을 주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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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를 읽을 즈음 부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던 것 같다. <집구석들>을 읽으면서도 내내 하고 있다. 특히 조스랑부인이 딸에게 하는 말을 듣는 순간..기겁했다.

"내 잘 못이 아녜요.그 사람이 어찌나 나쁜 사람 같던지.....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 아니, 그것도 몰라서 묻는 거냐! 그렇게 질겁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내가 골백번 말하지 않든.(..)남자가 거칠게 나올 땐 널 사랑한단 뜻이야(...)"/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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