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애정하는 프로가 '세음'(세상의 모든 음악) 이다. 덕분에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음악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프닝 인사부터 좋으니까, 문제는 너무 좋아서 특별히 어느 글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올해 5월 어느날의 멘트는,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게 되면서, <열두 번의 체크인>을 읽어야 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이미 예전에도 구입 한 책은 있었지만. 그리고 나는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 보다, 소개된 책들과, 기억하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개인적 에피소드에 100프로 이상 공감한 이야기도 있었다.
(레몬) 그라니타...


"젤라토 가게 외벽에 바짝 붙여놓은 테이블에 앉아 레모 그라니타를 먹었다.이 레몬 그라니타를 먹기 위해 다시 노토에 가고 싶은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 다"/30쪽 시칠리아에 갈 확률은 희박하니, 소개해준 맛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나도 영종도 섬에 있는 자몽 그라니타.맛에 빠져.시즌 한정이란 사실을 알고,8월 내내 열심히 그곳을 찾아더랬다. 그곳을 가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반가웠다.
피난처 (르아브르)


9월이 오면 도서관에 어떤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할 것 고민하다,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이디스 워튼의 <피난처>를 신청했다. 거의 다 읽어서 이제는 읽을 책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덜 알려진 소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열두 번의 체크인>에서 '피난처'라는 의미를 담은 지명과 만났다. 워튼의 '피난처' 의미가 르아브르에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만.르아브르 도시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워튼도 한 번 즈음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그런데 '르아브르' 라는 영화도 있다는 사실. 워튼의 소설을 읽게 될 즈음 영화도 챙겨 보고 싶어졌다.
코끼리절벽
"르아브르에서 북쪽으로 40분정도 달리며 코끼리 절벽으로 유명한 에트르타가 나온다(...)바다로 쭉 뻗은 큰길은 모파상 거리다.(....)모리스 르블랑은 에트르타의 집을 여름 별장이자 집필실로 삼았다. 당연히 그의 작품<<기암성>>에도 에트르타가 등장한다.에트르타에 모파상 거리가 있는 건 모파상의 외가가 이 근방에 있기 때문이고 그가 자주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배경이 에트르타에서 멀지 않은 마을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120~121쪽 모네의 그림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코끼리절벽에 대한 다른 에피스드를 들었다. 아니 분명 들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들었던 그날,소설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 했을 테니까.. 방송에서 들려준 노트르담..에 관한 에피소드 덕분에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책들

주말 지인과 책방 나들이 한 여운이 좋아,불현듯 바닷가에 자리한 책방은 없을까 검색해 보았더니,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도 있었다. 너무도 먼 곳이라 지금까지 단 한 번 밖에 가보지 못한 곳. 그러나 계절마다 찾아와 보고 싶은 곳이라 생각했던 곳...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는 여행기에 소개된 책들을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바다의 침묵...은 제목 때문에, 모레아 기행은 칸잔차키스의 멋진 말들과 조우하고 싶어서...
말들
"여행이든 인생이든 '따로 또 같이'는 정말 중요하다"/191쪽
"여행의 순간에 찾아오는 감정 여행이 끝나고 남은 충만함과 쓸쓸함이 모두 나를 단련하는 망치질이 되었다. 경험의 망치질,추억의 망치질이 울퉁불퉁한 나를 조금씩 펴주었다"/240쪽
"지름길, 풍경엔 있으나 삶에는 없는 것,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엔 순식간에 지름길이 생긴다지만 인생엔 코린토스 운하 같은 지름길은 없다고 뚝 잘린 지름길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301쪽
그곳의 풍경을 그려 보는 즐거움을 넘어,순간 순간 교감하는 순간이 좋았다.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여행'이 주는 매력들. 언젠가 방송에서 들었을지도 모를 이야기 조차, 처음 듣는 여행기처럼 좋았다. 읽을 책들이 쌓였고,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여행을 즐겨볼 생각이다. 마무리로 들려 준 음악은 나도 모르게,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것 같은 충만함을 주어 울컥했다.